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중국과 (통상 협상에서) 공정한 안을 도출할 때까지 그 어떤 합의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달 만에 재개되는 미·중 통상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발언을 통해 “우리는 1년에 5000억달러를 들여 수년 동안 중국의 재건을 도왔다”며 중국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실무자급 통상협상을 재개한다. 양측은 지난 5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고위급 통상협상을 했으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내 친구 중 한 명이고 그들이 잘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들은 농산물 관세로 내가 사랑하는 농부들을 공격했다”며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을 뜻임을 재차 강조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 경제 상황을 묻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막 하강하기 시작한 끔찍한 상황”이라며 “소매 판매와 기업 투자가 무너지고 산업 생산이 하락해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람들이 위안화를 팔고 있다”며 “중국 경제를 좋아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지식재산권 도용과 기술 이전 강요 등을 근절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인한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때로 협상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7일 “미국이 일방주의적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한 번의 협상으로 통상 전쟁을 끝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인민일보도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만 양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미국은 누구나 때릴 수 있는 슈퍼파워가 아니며 중국을 식은 죽 먹듯 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차관은 22~23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데이비드 맬패스 미 재무부 차관 등과 만나 협상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우리는 무역 이슈 논의에 열려 있으며 중국이 구체적인 제안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