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8일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외부로 확대해 향후 5년간 500개 스타트업의 창업을 돕겠다고 발표했다. C랩을 통해 창업에 나선 임직원들이 삼성전자 사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8일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외부로 확대해 향후 5년간 500개 스타트업의 창업을 돕겠다고 발표했다. C랩을 통해 창업에 나선 임직원들이 삼성전자 사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그룹이 무형의 자산을 사회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 회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취업 준비생 소프트웨어 교육 △창업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 △산학 협력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판’을 깔겠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및 반도체 관련 인재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삼성의 성장에 기여하는 선순환도 기대된다.

◆소프트웨어 인력 1만 명 양성

삼성그룹은 8일 회사의 혁신 역량 및 노하우 공유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정부와 협업해 청년 취업준비생 1만 명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포함한 전국 4~5곳에 교육장을 마련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 교육 기간 중 교육생에게는 매월 일정액의 교육비가 지원된다. 성적 우수자에게는 삼성 관계사의 해외 연구소 실습 기회도 준다. 국내외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일부 인력은 삼성이 직접 채용할 방침이다.

소프트웨어는 한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12개 산업 가운데 가장 인력이 부족한 ‘취약 분야’로 소프트웨어를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은 응용기술과 하드웨어가 강한 반면 인도는 기초과학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삼성도 그동안 소프트웨어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1991년부터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 대학생을 육성하는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인문계 등 소프트웨어 비전공자에게 관련 교육을 한 뒤 채용하는 SCSA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교육 범위를 취업준비생 1만 명으로 넓혀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준생 1만명에 SW교육… 'C랩'도 개방해 스타트업 500개 배출"
◆스타트업 500개 사업화 지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도 외부로 개방한다. 참가 자격을 사내에 국한하지 않고 창업을 준비하는 일반인으로 확대한다. 향후 5년간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통해 200개, 사외 벤처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300개 등 총 500개의 과제를 사업화할 방침이다.

2012년 처음 도입된 C랩은 임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내 벤처로 구현할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 과제는 분사를 통해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법인을 설립할 때까지 상품화 가능성 등을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검증한다.

기술을 통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C랩 팀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앱(응용프로그램) ‘릴루미노’를 공개했다. 기어 VR에 장착한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영상을 시각장애인이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C랩을 통해 도출된 총 31개 과제가 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 목걸이형 360도 촬영 카메라를 제작한 링크플로우는 2018년 CES 혁신상을 받았다. 센서 기술을 이용한 베이비 모니터를 만드는 모닛은 요양병원 등 미국 실버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도록 5년 이내에 복직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삼성은 현재 연간 400억원 수준인 산학협력 규모를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관련 학과 교수와 전공 학생이 부족해 ‘구인난’을 겪고 있어 관련 인재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생태계 구축에 대해 “기존에 진행하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회로 확대 실행함으로써 신성장 동력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