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는 2000억달러(약 223조9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 관세율을 당초 계획한 10%에서 25%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이날 기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관세율 인상을 지시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주요 통신사를 비롯한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해당 고위관리는 관세율을 25%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한 미 국민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 언론을 통해 나온 '관세율 인상' 방침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율을 25%로 상향 조정하면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한 의견 청취 기간은 당초 이번달 30일에서 9월5일까지 연장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AFP통신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관세율을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이 취해야 하는 구체적인 변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면서 "유감스럽게도 중국은 해로운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 대신 불법적으로 미 근로자들과 농민, 목축업자, 기업 등에 보복을 가했다"고 지적했다.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 인상 검토는 더욱 강한 압박을 통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미국이 관세율을 인상하면 중국은 반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 및 관세율 인상에 나설 경우 적어도 단기적으로 미중간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미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예고한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가운데 지난달 6일 각종 산업 부품, 기계설비, 차량, 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 340억 달러의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를 발효했다.이에 맞서 중국도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을 포함한 34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45개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를 발효했다.미 트럼프 행정부는 또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검토를 끝냈고 사실상 실행 여부만 남겨두고 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미국 소비자들이 통상전쟁의 충격을 느끼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오토바이를 시작으로 탄산음료, 맥주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가격 인상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코카콜라는 지난주 알루미늄·플라스틱 가격과 물류비가 올라 북미 지역 판매가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인상 영향이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사무엘아담스를 만드는 보스턴맥주도 올 하반기 가격을 2% 인상하기로 했다. 짐 코흐 CEO는 “늘어난 원자재 가격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어느 정도 상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레크리에이션 차량(RV) 제조업체인 위니바고인더스트리도 비용 절감과 함께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RV 판매량이 급증했다. 마이클 하퍼 CEO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생산과 판매 양쪽에서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면서 올 들어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값은 각각 33%와 11% 상승했다. 이달 6일부터는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시작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소비자물가(2.9%)보다 더 올랐다.할리 데이비슨, 폴라리스인더스트리 등 오토바이업계는 원가 상승 탓에 공장 해외 이전까지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부는 강한 미국 경제가 높은 가격을 지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4.1%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달성했다. 난방공조기 제조업체인 레녹스인터내셔널의 토드 블루던 CEO는 “모든 동종 업체가 비슷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아직 부작용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WSJ는 관세가 계속 확대된다면 미 경제의 높은 성장률도 가격 인상 부작용을 완충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자동차 관세 낮추는 '국제협정' 논의 가능성"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멕시코, 캐나다 등 미국의 자동차 관세 위협으로 비상이 걸린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이들 국가의 차관급 관리들이 오는 31일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미국 상무부의 자동차·부품 관세 조사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고 캐나다와 멕시코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를 저해하는지 조사하고 있다.멕시코 경제부는 후안 카를로스 바케르 차관이 제네바에서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과 회동하는 등 자동차 관세를 포함한 여러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들을 인용해 장뤼크 드마르티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장, 바케르 멕시코 경제차관, 티머시 사전트 캐나다 무역차관, 야마자키 가즈유키 일본 외무심의관 등이 31일 회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일부 소식통은 이번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국제협정을 맺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다른 관리들은 이 방안은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다자간 협정은 특정 상품·서비스 부문에 제한되는 것이 보통이며 WTO는 모든 회원국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한 이런 종류의 협상을 허용하지 않는다.이런 협정이 트럼프 정부를 달래는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전 세계 업계를 뒤흔들게 될 일인 만큼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로이터는 어떤 대응이 검토되고 있는지 전해지지 않았으나 캐나다·EU·멕시코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보복 관세로 맞선 바 있고,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것이 또 하나의 옵션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캐나다 관리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이 모여 자동차·부품에 대한 미 상무부의 232조 조사에 대한 우려를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캐나다 관리는 각국이 조직적 대응을 상세히 논의하기보다는 상황이나 의견을 비교해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우리는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청취하고 있지만 자동차 관세 조사가 아직 계속되고 있어 이 단계에서 향방을 알기 어렵다"며 "공동대응을 하려면 먼저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