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위기를 자초할 셈인가? 경제성장률은 제자리걸음, 내수경제는 침몰, 고용은 대량실업 조짐, 소득불평등은 급전직하 악화…. 문재인 정부 1년의 성적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붕괴되는 자영업과 탈(脫)원전으로 해체되는 원전산업의 절규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금은 더 거두고 재정 낭비만 기승을 부려 민심이 떠나고 있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기업과의 협력 행보를 ‘구걸’이라고 호도한다. 반면 남북한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만 부풀려 쓰나미급 경제 재앙이 덮치더라도 공무원조차 팔짱 끼게 만들기 십상이다. 호미로 막을 위기를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화를 키우고 있다.

여름휴가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구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경제 상황을 추스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경제위기 예방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공약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과감하게 수정·폐기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문 대통령 공약은 노동정치의 산물이다. 중산층의 이익과 배치돼도 노동계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노동정치가 기업의 경쟁력을 챙기고 중산층 이익과 일치한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이 발생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계는 기업을 적대시하고, 전체 노동자의 10%도 되지 않는 대기업·정규직·노동조합 가입 근로자에게 편향돼 왔다.

왜곡된 노동정치가 경제위기를 야기하는 문제는 남미는 물론 남부 유럽에서도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남부 지역에 있는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빈발했다. 남부 유럽 국가는 노동시장이 취약하고 노동정치가 한국처럼 일부 근로자 이익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책 무대가 노동계로 기울어져 괜찮은 기업과 우수한 인재들이 나라를 떠났다. 재정정책의 효과는 낮고 정치 불안이 크기 때문에 위기가 닥쳐도 정부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은 수출 의존도와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허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경제위기를 예방하려면 문 대통령은 무엇을 결단해야 하나? 첫째, 친(親)기업 선언이다. 기업가에게 안 되는 것 빼놓고 다 해보자고, 기업 활동의 자유를 지키고 기업가가 불안에 떨지 않게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경제는 기업이 움직이고 고용은 기업에 달려 있다. 경제위기가 닥쳐오자 중도 진보성향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진보진영에 던진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기업을 억눌러 정치할 수 있고, 적게 일하며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경고다.

둘째, 노동계에 대한 협력 요청이다. 노동계가 중소기업·비정규직·비조합원 근로자를 배려하는 포용적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기업의 경쟁력도 키우는 합리적 노선을 걷도록 요청해야 한다. 진보적 보수성향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양분된 노동계 통합을 통해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과 노사관계 불안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통합해 포용적 성장에 앞장서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셋째, 문제가 되는 정책의 시행을 일시 중단하는 ‘정책 모라토리엄’ 선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뜻과 다르더라도 여야가 건의하면 경제위기 예방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해야 한다. 국회는 정파와 이념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중산층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해 법제도 개선에 선제적으로 나서 달라는 요청과 함께 말이다.

넷째, 국민의 혁신 동참 호소다. 삶에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 촛불로 대변되는 문 대통령 지지자에게 “이제는 경제다”라고 하면서 혁신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진보성향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말처럼 “국민은 국가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 물어보기 전에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보라”고 호소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찬성하는 사람은 그 속도 조절에 협력하고 이로 인해 이익을 본 사람은 생산성 제고에 힘을 내자는 말이 필요하다.

작열하는 무더위가 끝나면 부글부글 끓는 민심의 바다는 쓰나미처럼 문재인 정부를 뒤덮을 기세다. 지면서도 이기는 묘수로 나라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