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주는 통상 성장주 투자자의 선택을 받는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비교적 높은 탓에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 성향의 투자자에겐 ‘이미 비싼 종목’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그런데 ‘가치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신영자산운용이 최근 조정장에서 YG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거 사들여 화제가 되고 있다. 대형 가치주 중심 투자로 가치투자 운용사 중에서도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는 이 운용사가 연예기획사에 투자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은 지난달 27차례에 걸쳐 YG엔터 주식 93만2786주(5.13%)를 사들였다. 지난달 5일 처음으로 3만8762주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지속적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신영자산운용이 YG엔터를 산 건 이 기획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화진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 팀장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흥행이 입증하듯 국내 연예기획사는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투자 가치가 큰 업종”이라며 “업종 내 종목을 비교할 때 YG엔터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2배 미만으로 다른 종목에 비해 투자 매력이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JYP엔터테인먼트의 PBR은 8.11배, SM엔터테인먼트는 2.52배다.

YG엔터의 올해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35.74배로 JYP엔터(26.64배), SM엔터(23.90배)에 비해 높다. 김 팀장은 “빅뱅 멤버들의 군 입대로 이익 수준의 기대가 낮아진 상태지만 블랙핑크와 위너 등의 인기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영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대표적 가치투자 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운용은 JYP엔터의 2대 주주(지난 5월 말 지분율 8.42%)다. 이 운용사는 2016년 JYP엔터를 4000원대에 사들인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왔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사장은 “다른 기획사와 달리 JYP엔터는 부대 사업보다 음악과 콘텐츠 등 본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가 쉽게 넘보지 못할 대체 불가능성과 시장지배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