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사진)은 6일 “인터넷 전문은행 등 은산(銀産)분리 원칙에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날 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지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경영 관련 노하우를 가지고 이쪽 비즈니스에 들어와 금융시장을 혁신하고 경쟁을 촉발하면 양쪽의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수석은 “한국 금융산업은 대표적 독과점 내수산업으로 경쟁이 상당히 제약되고 규제 속에 안주하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산업이 국가 경제에 필요한 서비스를 얼마나 잘해왔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 등) 대선 때 금산(金産)분리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공약을 파기했다는 논란이 있다.

“공약엔 인터넷 전문은행 등 모바일 기반형 금융서비스에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 있다. 금산분리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재벌 대기업의 사금고화 가능성이다. 그런 부분을 확실히 챙기면 금산분리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금산분리 규정 하나하나를 아주 엄격하게 해석해 누구도 못 들어가게 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현 정부 들어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과 이견이 정책효용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는 혼자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팀워크로 굴러가야 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두 분 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진정성에서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모든 상황에 같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팀으로서 제대로 하려면 좀 더 자주 만나고 경제 현실에 인식을 같이하고, 다양한 해법을 두고 함께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분이 월별로 만나기로 한 것도 그런 취지다.”

▶부총리와 정책실장의 월례모임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전 정부의 ‘서별관회의’와 무엇이 다른가.

“서별관회의는 주로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관리 중심으로 이뤄졌다. 기재부 장관과 경제수석,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등이 고정멤버였다. 지금은 한은 총재가 반드시 참석해야 할 상황도 아니고, 국책금융기관장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등도 이슈가 있거나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참석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가치가 충돌하는가 하면, 소득주도성장 부작용으로 일자리가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양극화가 심각하다. 옛날엔 전체적인 경제상황이 좋으면 대부분 괜찮은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런 부분을 방치하면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지속 성장이 어렵다. 사회갈등이 심해지면서 정책의 추동력을 가질 수 없다. 일자리는 지금 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다.”

▶‘윤종원표’ 혁신성장의 방향은.

“내가 관료생활을 오래 했고,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에서 현장 경험을 두루 쌓은 만큼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의 기저에는 큰 흐름이 있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움직임, 빠른 기술혁신, 중국의 부상 등 이런 것들이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수많은 구조적 문제를 파생시켰다. 그런 흐름이 지나간 다음에 파악하고 대응하면 늦을 수 있다. 동시에 거시경제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쓰겠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한 추가 증세 계획은.

“경기대응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재정수입 증가율보다 지출 증가율을 높이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초과 세수 등으로 재정여유는 있는 편이다. 현재로선 명목세율을 조정해서 증세할 계획은 없다. 보유세도 이미 개편하기로 한 만큼 추가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유세 인상도 증세 목적이라기보다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한 것이다. 금융소득부문 과세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 않다.

“경제에 대한 종합진단을 해보면 지표가 괜찮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나온 지표가 지난 2분기 나온 전기 대비 0.7% 성장이었다. 전기 대비 0.7%면 연율로 2.8~2.9% 정도 된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2%대 후반으로 보고 있으니 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다만 그 안의 내용을 들여다봤을 때 소비는 생각한 것보다 견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2분기뿐 아니라 그 전의 지표도 보면 가계소득 증가가 조금 개선됐다. 실질임금도 6% 가까이 늘고 있다. 그런 것을 바탕으로 해서 소비가 안정적이고 견조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정적 경제지표는 어떤 게 있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수출도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것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보다도 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투자 쪽 숫자가 좋지 않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부문이 특히 그렇다. 작년 설비투자는 14% 증가했다. 그에 대한 기저효과가 있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투자는 신경써야 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잠재성장률 수준이 어떻게 움직일까에 대한 불확실성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지난 30년간을 보면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 평균 8%씩 성장했다. 지금 2%대 후반이니까 30년 동안 6%포인트 떨어졌다. 다시 말해 1년에 0.2%포인트씩 내려가는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분야 등 규제혁신과 관련해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

“의료기기 관련 규제를 둘러싼 갈등을 들여다보면 가치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고 밥그릇 싸움 하는 것도 있다. 이런 규제들은 과거 5년, 10년 묵힌 장기존속 규제가 대부분이다. 결국 양쪽 가치를 조화시키면서 가야 한다. 기득권과 관련된 부분은 국민과 같이 의논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며 끌고나가야 한다.”

글=손성태/사진=허문찬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