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스윙에도 모든 스윙의 원리가 다 녹아 있다. 백스윙은 작지만(왼쪽) 풀스윙처럼 클럽헤드에 모든 힘을 집중해 공을 때려야 한다(오른쪽). 임팩트가 있는 큰 스윙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포천=김영우 기자 yjhong@hankyung.com
작은 스윙에도 모든 스윙의 원리가 다 녹아 있다. 백스윙은 작지만(왼쪽) 풀스윙처럼 클럽헤드에 모든 힘을 집중해 공을 때려야 한다(오른쪽). 임팩트가 있는 큰 스윙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포천=김영우 기자 yjhong@hankyung.com
‘히터(hitter), 스윙어(swinger).’

골퍼의 스윙 스타일엔 이 두 종류가 있다고 흔히 말합니다. 공을 직접 때리는 골퍼와 회전운동으로 스윙궤도를 만들어 공이 클럽헤드에 맞아 나가게 하는 골퍼, 여러분은 어느 쪽에 속하나요. 멀리 똑바로 공을 날릴 수만 있다면 때리든 스윙하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다만, 한국 골퍼들은 때리는 스윙을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 스윙’, 또는 ‘훈련되지 않은 아마추어 스윙’으로 간주하고 교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정적 성향이 짙은 듯합니다. 꽤 많은 레슨 프로들도 “부드럽고 큰 스윙을 하면 클럽헤드가 저절로 공을 때려준다”는 스윙론을 앞세워 골퍼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과학적 근거는 마땅치 않지만 막연히 아크(arch)가 크고 회전동작이 큰 스윙어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일종의 ‘멋진 스윙 콤플렉스’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잘 맞히는 ‘히팅’… 스윙의 시작

사실 클럽이 알아서 때려주든, 골퍼가 직접 때리든 규칙을 지켜 즐겁게 치면 되는 게 골프입니다. 중요한 건 히터든 스윙어든 ‘잘 맞히는(hitting the sweet spot)’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건 그렇게 잘 맞히고 때리는 일이 아무리 작은 스윙에서라도 똑같이 나와야 한다는 거죠. 일관성입니다.

아마추어 고수 상당수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작은 백스윙, 간결한 동작, 힘 있게 때리기 등입니다. 상당수는 폴로스루나 릴리즈, 피니시 등이 생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임팩트만큼은 프로 못지않게 강력하더군요. 작고 강력한 스윙, 한마디로 ‘가성비 스윙’을 한다는 얘기죠.

이 가성비 스윙의 핵심이 작은 스윙에 온몸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응축할 수 있느냐입니다. 제가 3회 칼럼에서 말씀드렸던 25% 크기의 미니 스윙(쿼터 스윙)에도 힘을 완전히 실어서 때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50%, 75%, 100% 스윙도 이 작은 스윙의 확장판일 뿐입니다.

길줄 알아야 날줄도 알아

연습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백스윙을 엉덩이 높이까지만 들어서, 공을 힘껏 쳐낸 뒤 멈추는 겁니다. 시선은 공이 있던 지점을 바라보는 게 좋고요. 그렇게 하면 몸의 왼쪽에 대칭 형태의 피니시가 만들어집니다. 이 스윙보다 더 작은 크기로 연습하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골프 초보자가 하는 ‘공 쳐내기(일명 똑딱이)’와는 확연히 다른 동작이라는 것만 명심하면 됩니다. 미니 스윙은 크기가 작지만 체중이동, 스윙 시퀀스(동작 순서), 임팩트 등이 제대로 다 이뤄지는 퍼펙트 스윙이기 때문이죠. 스윙 메커니즘이 온전하게 다 작동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 연습을 오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골프의 원리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힘을 써야 할 때도 알게 되고요.

저도 시즌이 끝난 뒤 가는 전지훈련에서 반드시 이 미니 스윙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스윙에 힘이 실리면 그때서야 풀스윙에 들어갔죠. 흐트러진 몸과 감각을 정리하는 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입니다. 테크닉은 정말로 나중, 나중에 조금씩 익힌 기억이 납니다. CBS 스윙 분석가였던 스승 피터 커스티스도 저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테크닉은 잊어라, 정확하게 때리는 데 집중하라!(Forget about the technique, focus on hitting correctly!)”

얼마 전 골프를 배운 지 얼마 안 되는 친구 한 명이 제게 물어왔습니다. 풀 스윙 잘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요. 제가 곧바로 말해줬습니다. “기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한다”고요. 높이, 멀리 날아가려면 제대로 기는 법부터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초보자든, 싱글을 원하는 중급 골퍼든 똑같이 말입니다. 쿼터 스윙, ‘골프 다시 세우기’에 정말 요긴합니다.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 투어 프로 >

장소협찬: 포천힐스컨트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