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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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가족 캠핑 중이었던 30대 여성이 실종 7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일 오전 10시 50분께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서쪽 1.5㎞ 해상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 1구가 지난 25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해안에서 실종된 최모(38·경기도 안산)씨와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범죄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는 "타살 등 범죄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낮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에 대한 육안 조사에서 생활반응(생존 시 외력에 의한 상처)에 따른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실종된 지난달 25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내항에 실수로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시신을 2일 부검해 사인과 범죄피해 여부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최씨 실종 사건에 대한 의문점은 남아 있다. 최씨가 발견된 장소가 실종지인 구좌읍 세화포구 기준으로 동쪽 50여㎞, 서쪽 9㎞가량 떨어진 반대편 가파도 서쪽해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실종 장소와 발견장소는 해안을 따라 100여㎞ 떨어져 있다. 따라서 최씨의 시신이 어떻게 제주도의 정반대 지점 해상까지 7일 만에 이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의 시신은 부패가 심해 육안으로는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몸에 새겨진 문신과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실종 당시 입었던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고 목걸이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단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시신이 조류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지나치게 먼 거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 기간 태풍 종다리가 일본을 관통하는 등 기상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평소 데이터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주변 해류가 때로 매우 빠르게 흐르고 바람의 흐름도 유동적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가 실종당시 신고 있던 슬리퍼가 해상에서 발견됨에 따라 당초 단순 실족사로 추정했지만 최씨 카드와 휴대폰 등이 육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견됨에 따라 의문을 자아냈다.

최씨가 실종전 편의점에서 물품을 산 후 언니와 형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에 따라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얘기가 무엇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된 최씨는 이날 오후 11시 5분에 편의점에서 물품을 산 후 11시 13분에 언니와 형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11시 38분 최 씨가 언니에게 또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남편은 최씨가 편의점에 간 뒤 잠이 들었다가 12시 30분쯤 잠에서 깨 아내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신고는 15시간이 지난 뒤 언니를 통해서 이뤄졌다.

남편은 자신이 잠을 깬 이유에 대해 인근을 지나던 코란도 차량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코란도 차량이 캠핑카와 외부에서 연결된 소형 발전기를 가볍게 쳤으며 남편은 캠핑카에서 나와 소형 발전기를 확인하고서 별다른 손상이 없자 그 남성에게 "괜찮다"며 그냥 가도록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을 지나던 이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다면 최씨 행방의 단서가 되지 않을까 수소문했지만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YTN 뉴스에 출연한 패널들은 "사건이 이렇게 이슈가 됐는데 코란도 운전자가 일주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하다"면서 "12시 반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야 기록이 남아 있어 확실하지만 그 전에 자고 있었다든가 코란도가 지나갔다는 것 등 모든 것은 남편의 진술에만 의한 것이니 다각도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 주변인과 실종 당시 주변에 있던 인물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사건 당일 최씨의 행적에 대해 제보할 사항이 있다면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064-750-1336) 또는 국번없이 112로 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