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없고 탐지도 않되는 '유령총' 제작 논란…금지 가처분 명령
3D 프린터를 이용해 플라스틱 총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의 인터넷 공개를 몇시간 앞두고, 미국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31일(현지시간)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로버트 라스닉 판사는 이날 밤 3D 프린터 총기의 온라인 배포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8월 10일에는 이에 관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텍사스의 비영리단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와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도면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는 8월 1일부터 웹사이트에 일부 설계도를 공개할 계획이었다.

이에 미 8개주와 워싱턴DC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은 지난 30일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정부와 이 단체의 합의 이행을 막아달라고 황급히 소송을 냈고,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통해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라스닉 판사는 "총기 도면 공개는 미국 시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했던 뉴욕주 법무장관 바버라 언더우드는 성명을 내고 "상식과 공공안전을 위한 큰 승리"라며 "이미 밝힌 대로, 범죄자들에게 클릭 한 번으로 추적도 감지도 되지 않는 3D 권총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쥐여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환영했다.

반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설립자 코디 윌슨의 변호인은 법원 명령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청난 사전 규제"라고 규정하고 "실망했다"고 밝혔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도면 공개는 미국에서도 찬반 논란이 뜨거운 이슈다.

총기 도면이 공개되면 누구나 합법적으로 설계도를 내려받아 어디서든 총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총기 규제론자들은 정부 등록을 거치지 않고 일련번호도 없이 누구나 총기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한다.

또 3D 프린터로 제작된 총은 금속탐지기에도 걸리지 않는 '유령 총'으로,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면 훨씬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법원 명령과는 별도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역시 이날 총기 설계도의 온라인 게시에 대해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지난 29일 펜실베이니아주의 법무장관이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를 고소하자, 이 단체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이용자에게는 웹사이트 접근을 일시적으로 차단한 바 있다.

또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은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31일 아침 올린 트윗에서 "3D 플라스틱 총이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미 전미총기협회(NRA)와 얘기해봤는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쓰기도 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떤 종류든 3D 프린터 이용을 포함해 온전히 플라스틱으로 총기를 만들거나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해당 법률을 지지하고 있고 미국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가능한 옵션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미국에서 면허 없이 개인 용도로 총기를 제작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10종 이상의 수입 부품으로 총기를 만들거나, 금속탐지기나 엑스레이 기기로 탐지되지 않는 총기를 만드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