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사법부 전체가 신뢰의 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대법관 3명이 “참담하고 송구하다”는 말을 남긴 채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고영한 김신 김창석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취임해(2012년 8월) 상고법원 설치 논의가 본격화한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대법관들이다. 이들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영한 대법관은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2층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부덕의 소치로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2월 법원행정처장을 맡았지만 지난해 2월 불거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처장직에서 물러났다. 고 대법관은 “법원 안팎에서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사법권 독립이 훼손될 우려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며 “저는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김신 대법관도 퇴임사를 통해 “국민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드리게 돼 참담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김창석 대법관은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해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대법관은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김신 대법관은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퇴임한 대법관 자리에는 최근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이 2일 새로 앉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