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코리아, 한국닛산의 올 상반기 판매실적이 나란히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8.6% 늘어난 14만109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차 판매 호황에도 이들 3개사 실적이 부진한 이유로는 ‘신차 부재’가 꼽힌다.

31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292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7% 줄었다. 수입차 시장에서 이 회사의 판매 순위는 작년 상반기 5위에서 올해 12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9세대 어코드가 단종된 뒤 신차 출시가 늦어진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어코드는 혼다코리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기 차종이지만 지난 5월에야 10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그나마 신형 어코드는 출시 첫 달 331대, 지난 6월 299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올해 판매 목표인 6000대에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에 밀려 세단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게 판매 부진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FCA코리아의 상반기 판매량은 3031대로 전년 동기보다 30.1% 감소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지프 브랜드를 선보이던 FCA코리아는 올해부터 지프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가 판매를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지프 판매량도 줄었다. 올 상반기 지프 판매량은 3031대로 지난해 상반기 3164대보다 4.2%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긴 모델 변경 주기가 부진의 원인이다. 지프는 지난 17일 준중형 SUV 올 뉴 컴패스를 선보였다. 2007년 출시 이후 10년 여만에 내놓은 완전 변경 모델이다. 이달 선보일 6세대 올 뉴 랭글러도 11년 만에 나오는 신형 모델이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FCA 전체 판매량은 줄었지만 지프 브랜드는 선방했다”며 “하반기 신차가 출시되면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닛산은 닛산과 인피니티(고급 브랜드)가 모두 부진했다. 올 상반기에 작년 동기보다 17.8% 감소한 3735대를 팔았다.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중형 세단 알티마에 의존하고 있는 닛산은 현대자동차의 준대형세단 그랜저와 도요타 캠리 등의 인기에 밀려 판매가 부진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