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국내 완성차업계의 ‘히든카드’로 불리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입차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발 늦은 출시 시기와 동급 국산 완성차 대비 비싼 가격이 원인으로 꼽힌다.

OEM 수입차는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완성차업체가 모회사의 해외 생산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차를 뜻한다. 국내에선 미국과 프랑스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해외에서 생산된 차량을 들여와 팔고 있다.

'OEM 수입차' 판매 신통치 않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이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 소형 해치백(후면이 납작한 5도어 차량) 클리오는 지난달 전월(756대)보다 27.4% 줄어든 549대 팔리는 데 그쳤다. 세계에서 1400만 대 넘게 팔린 클리오는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이 야심 차게 들여온 모델이다. 하지만 월 판매량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며 두 달 만에 판매량이 고꾸라지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국GM의 실적 부활을 이끌어야 할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의 판매도 신통치 않다. 지난달 출시한 이쿼녹스는 6월 한 달간 385대 팔렸다. 한국GM은 이쿼녹스의 판매 목표를 밝히지 않았지만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싼타페가 지난달 1만 대 가까이 팔린 점을 고려하면 첫달부터 흥행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국산 완성차와 비교해 높은 가격이 클리오와 이쿼녹스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국내 판매가격을 해외보다 낮게 책정했다고 강조하지만 소비자들은 동급 국산차에 비해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늦어진 출시 시기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6월 선보일 예정이던 클리오는 수입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출시가 두 차례 연기됐다. 이쿼녹스 역시 올초 전북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한국 시장 철수설이 뒤엉켜 예상보다 출시가 늦어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해외에서 들여온 모델이다 보니 신차 효과를 누리기보다는 낯설어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모델인 만큼 직접 경험한 소비자가 늘어나면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