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헬스케어 펀드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헬스케어 펀드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등 바이오주에 악재가 겹쳐 타격을 입었지만,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는 해외 바이오기업의 긍정적인 임상 결과 발표 등이 이어지면서 조정장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희비 엇갈린 국내외 헬스케어 펀드

3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바이오주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 9개는 평균 14.04%의 손실을 냈다. 채권혼합형 펀드인 ‘DB 바이오헬스케어30’(최근 3개월 수익률 -4.21%)과 ‘KBSTAR 헬스케어채권혼합’(-4.02%)을 제외한 주식형 헬스케어 펀드 대부분이 두 자릿수대 손실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글로벌 바이오주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펀드 13개는 9.13%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에 손실을 낸 펀드는 하나도 없었다. 가장 큰 수익을 올린 것은 미국 나스닥바이오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TIGER 나스닥바이오’다. 최근 3개월 동안 14.01%, 올 들어 12.07% 수익을 냈다. ‘KODEX 미국 바이오테크’(최근 3개월 수익률 12.17%), ‘미래에셋 글로벌헬스케어’(11.90%), ‘메리츠 글로벌헬스케어’(11.61%) 등이 뒤를 이었다.

◆악재 겹친 국내 바이오주

국내 헬스케어 펀드 수익률이 추락한 것은 대형 바이오주의 개별 악재와 업종 전체 리스크(위험)가 겹쳤기 때문이다.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혐의에 대한 1차 결론은 났지만 최종 마무리가 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네이처셀의 라정찬 회장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돼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이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회계감리를 벌이고 있는 점은 바이오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주가 상당 기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종언 대신자산운용 매니저는 “국내 바이오기업 중에서 하반기에 기술 수출 등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만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당분간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김형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주 투자를 고려 중인 투자자라면 회계 리스크가 작은 전통 제약사 등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잇따라 성과 내는 해외 바이오기업

해외 헬스케어주들은 글로벌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와중에도 꿋꿋이 수익을 냈다. 미국 바이오젠 등 대형 바이오기업이 신약 임상시험에서 성공적 결과를 발표하는 등 호재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 중인 치매 신약이 임상 2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고 발표한 지난 25일 바이오젠 주가는 19.64%, 에자이 주가는 19.64% 뛰어오르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한국 바이오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신약 개발 노하우 등의 측면에서 아직 해외 대형 바이오기업과 격차가 많이 난다”며 “수익률 변동이 심한 국내 펀드와 달리 해외 헬스케어 펀드는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