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635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활용해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분 5% 이상 보유 국내 기업은 276개에 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면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영개입 문 연 국민연금… 기업이 떨고 있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3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기금운용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의 장기 수익 제고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위는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유보하되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특별한 조건이 갖춰질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경영 참여는 이사 선임·해임과 위임장 대결 등을 포함한다. 복지부가 마련한 원안에는 없던 내용이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를 못박으라”는 노동계와 시민단체 추천위원들의 반발에 밀려 일부 수용됐다. 주주가치 훼손의 정도는 기금운용위가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재계와 투자업계에선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투자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찬반을 결정하는 단순 의결권만 행사해 왔다. 앞으로는 저배당 기업이나 지배구조 취약 기업에 대화를 요구하고, 의결권과 연계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