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시제품 만들고 공장 섭외·일정관리까지
'혀 클리너' 생산 요청받고 디자인 고안해 시제품 제작
양산까지 3개월안에 끝내

유일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N15의 롤모델은 중국 선전에 있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헥스’다. 헥스는 드래곤이노베이션과 함께 대표적인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다. 허 대표는 2015년 헥스를 직접 가보고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같은 해 서울 용산구 나진전자상가 15동에 회사를 열었다. 회사 이름이 N15인 이유다.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창업한 또 다른 이유에 대해 그는 “제조업도 정보기술(IT) 분야처럼 빠르게 변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제품으로 만들어준다. 지난해 8월 전자상거래업체 블랭크코퍼레이션이 ‘혀클리너’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해왔다. 혀에 있는 세균을 제거해주는 제품이란 것 외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N15는 먼저 시장에 나온 기존 제품을 분석해 디자인 시안을 확정한 뒤 기능 설계에 들어갔다. 돌기 개수를 1개부터 7개, 높이는 30가지, 손잡이 크기를 14종으로 나눠 총 490개 경우의 수를 모두 테스트했다. 3개월 후 50만 개를 양산했다. 초기 생산 물량이 ‘완판’돼 500만 개를 추가로 생산했다. 허 대표는 “단순 제조 전문가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전문가까지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춰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공장 윈윈 구조

지금까지 N15에 제품 생산을 의뢰한 스타트업은 96곳이다. 20여 개 아이디어를 제품 양산으로 연결했다. 음성인식 이동형 냉장고 또한 회로와 펌웨어 설계를 지원해 의뢰 후 35일 만에 시제품을 제작해 고객사에 제공했다.
N15는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의 제품 아이디어는 좋은데 양산 비용이 부족하면 직접 투자에도 나설 예정이다.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를 전문적으로 맡는 ‘N15 파트너스’도 최근 분리했다. 허 대표는 “스타트업이 우리를 믿고 찾아오는 까닭은 중간 과정에서 커미션을 떼어 가는 ‘생산대행사’가 아니라 액셀러레이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