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선풍기 제조업체 등 관련 종목들이 '계절 테마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에어컨 제조업체 대유위니아 주가는 지난달 29일 2810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해 19일 오후 1시37분 현재 3850원을 기록하고 있다. 7월 들어 20일만에 37%나 급등했다.같은 기간 선풍기 제조업체 신일산업의 주가는 27%, 쿨러 등 가전제품 제조사 파세코의 주가는 20% 가량 상승했다.봄철에는 미세먼지 관련 종목들이, 겨울에는 방한용품과 보일러 제조업체 등이 대표적인 계절성 테마주로 지목된다.계절 테마주들은 매년 돌아오는 계절의 특성상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데다가 날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특수 수요가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매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계절 테마주들이 성수기가 지나면 빠른 속도로 그간의 상승분을 반납하거나 상승분 이상 추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앞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기술을 보유한 나노는 지난 3월 미세먼지 테마주로 지목되면서 한달 동안 주가가 25%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4월 이후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7월 현재 신저가를 기록 중이다.이 외에도 위닉스, 웰크론 등 올 봄 시장에서 미세먼지 테마주로 분류됐던 종목들 대부분이 가파른 주가 상승 후 급락,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특정 종목이 테마주로 지목돼 자금이 몰리는 기준과 이유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전통적으로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강세를 보였던 항공주들과 여행주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대한항공은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 등으로 6월 이후 한달여 만에 주가가 10% 이상 내렸고 진에어도 17% 넘게 하락했다. 여행주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주가는 4월 이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 오너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마주들 대부분의 경우 실체가 있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테마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며 "날씨 테마의 경우 일종의 수혜가 될 수 있는 건 맞지만, 과도하게 주가가 상승했을 경우 기업의 실적과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
메리츠종금증권은 12일 위닉스에 대해 "공기청정기 외 제습기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며 목표주가 2만9000원, 투자의견 '매수'를 각각 유지했다.이 증권사 윤주호 연구원은 "공기청정기 매출액은 2분기 성수기를 맞이해 성장을 유지중이다"며 "전년과 달리 습한 날씨와 이른 장마로 제습기 시장도 성장중"이라고 분석했다.윤 연구원은 "위닉스의 올해 연간 예상 실적은 매출액 3861억원, 영업이익 412억원, 당기순이익 296억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2014년 위닉스는 위기에 빠졌다. ‘마른장마’로 주력 제품인 제습기 수요가 급감했다. 성수기인 여름철에 대비해 생산해 놓은 제습기 수십만 대가 고스란히 창고에 쌓였다. 연말 재고만 1000억원어치에 달했다. 이듬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또 비가 내리지 않았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소비까지 위축됐다. 경쟁사인 대기업들은 재고 털기에 나섰다. 제습기를 에어컨 등과 묶어 헐값에 팔았다. 위닉스는 더 어려워졌다. 2015년엔 1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하지만 위닉스는 2년 만에 다시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07억원과 173억원. 전성기이던 2013년 수준을 회복했다. 주력 제품을 공기청정기로 바꾼 결과였다. 올해는 사상 처음 매출 3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데이터로 찾은 후속 제품”위닉스는 제습기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7년부터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2013년 역대 최장 기간인 49일간 장마가 이어지자 제습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위닉스는 ‘뽀송’이란 브랜드로 배우 조인성을 내세워 제습기를 팔아 대박을 쳤다. 제습기 하나로 생활가전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4년부터 3년간 마른장마가 이어졌다.위기가 시작된 2014년 여름. 윤철민 위닉스 사장은 제습기 뒤를 이을 히트 제품 찾기에 나섰다. 직속 마케팅실에 비밀 팀을 꾸렸다. 이 팀은 국내외 가전 시장과 트렌드 등 온갖 데이터를 뒤졌다. 결론은 공기청정기였다. 윤 사장은 반신반의했다. 아직 국내에 공기청정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를 믿기로 했다.공기청정기는 제습기와 비슷한 기술이 활용되는 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장이 커지고 있었다. 미국은 한국보다 공기가 깨끗하다. 하지만 카펫 문화와 반려동물 등으로 천식 알레르기 질환자가 많아 공기청정기 이용자가 늘고 있었다. 위닉스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천식 폐렴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란 분석이 많았다”며 “한국도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공기청정기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땡처리 안 하고 브랜드 지켜”공기청정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여전히 제습기 재고 문제가 남아 있었다. 사내에서 재고 처리를 놓고 논쟁이 붙었다. 헐값에라도 빨리 팔아치워야 한다는 주장과 ‘땡처리’ 하면 브랜드가 훼손될 것이란 의견이 맞섰다.윤 사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헐값에 팔지 않기로 했다. 후속 제품을 위해서라도 브랜드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닉스는 소폭 할인한 가격에 제습기를 판매했다. 재고를 털어내는 데 3년이 걸렸지만 브랜드 가치가 추락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대신 조직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며 버텨냈다.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로 한 공기청정기 시장에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웠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성능은 대기업 제품과 비슷하고, 브랜드는 생활가전 전문기업 수준의 인지도가 있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형 광고모델을 쓰는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샤오미식 마케팅 전략이었다. 위닉스 관계자는 “위닉스 공기청정기 가격은 청정면적이 비슷한 경쟁사 제품보다 20~30%가량 싸다”고 했다.‘날씨의 저주’를 버텨내는 데 성공하자, 날씨로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공기청정기 판매가 급증했다.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5년 5600억원에서 작년 1조원을 돌파하며 2년 새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 1조5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위닉스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연평균 200% 이상 증가했다.윤주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위닉스의 매출이 375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작년을 기점으로 위닉스의 주력 제품이 제습기에서 공기청정기로 바뀌었다”며 “위닉스 공기청정기 매출은 시장 성장률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