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강화 움직임에 대응하면서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했다.

38노스는 이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판독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평가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곧 파괴하겠다”고 약속한 장소로 꼽힌다.

지난 20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궤도 위에 설치된 구조물, 인근의 엔진시험대 등을 해체하는 작업에 들어간 모습이 포착됐다. 이틀 뒤인 22일 찍힌 위성사진에서는 크레인과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고, 해체된 구조물들이 바닥에 놓여 있는 장면도 확인됐다. 엔진실험장에 씌어 있던 가림막도 치워졌다. 38노스는 “해체작업은 약 2주 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한·미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도 24일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대(타워)에 세워진 대형 크레인을 부분 해체한 정황이 식별됐다”고 전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 작업이 발사대를 완전 폐기하기 위한 시도인지를 판단하고자 정밀 추적·분석에 들어갔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에 대해 “비핵화를 위해 차곡차곡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비핵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는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동향에 대한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성발사장 폐기와 관련한 정보를 최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방미 전부터 미국 측과 공유했다는 점을 밝히며 “한·미 간 파악하고 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비핵화 관련 조치를 자발적으로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채연/조미현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