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애플 아이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장악한 BOE가 OLED까지 넘보면서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중국 BOE가 애플에 아이폰용 플렉시블 OLED 패널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며 2020년께 납품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용 OLED 공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해오다 올해 LG디스플레이도 참여하고 있다. OLED는 중국의 물량 공세에 LCD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의 희망이다. 그 시장을 BOE가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LCD 시장 세계 1위에 오른 BOE는 애플에 2015년부터 맥북용 LCD 패널을, 2016년부터는 아이패드용 LCD 패널을 납품하고 있다. 올해 애플이 밝힌 200개 협력사 명단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WSJ는 “BOE의 쓰촨성 청두 OLED 공장 수율이 70%에 달해 양산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6세대 OLED 공장인 청두 공장의 1호 라인은 작년 5월 가동을 시작해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에 납품되고 있다. BOE는 청두 2호 라인 구축을 거의 끝낸 데 이어 3호 라인 투자를 시작했다.

WSJ는 BOE가 아이폰용 OLED 패널 납품에 성공하면 물량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BOE 제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협력업체 다각화를 통해 부품 조달 위험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협상력을 높여 납품가격도 깎을 수 있다. BOE의 대주주는 베이징 시정부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유리할 수 있다. “애플이 중국 기업 기술에 품질보증을 하면 중국 정부가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견제하는 중국의 산업육성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도와준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

BOE는 2003년 하이닉스 자회사인 디스플레이 회사 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 LCD 기술을 처음 습득했다. 2014년께부터 OLED 기술에 투자해온 BOE는 한국 인력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해왔다. BOE 협력사까지 더하면 BOE를 위해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는 1000~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