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문제'와 '위기'는 냉철하게 구분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중 통상전쟁 속 불거진 경제위기설
성장률, 수출 등 비관적인 건 아닌 만큼
위기엔 대비하되 과잉반응은 지양해야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성장률, 수출 등 비관적인 건 아닌 만큼
위기엔 대비하되 과잉반응은 지양해야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속칭 ‘연예인병’으로 알려진 공황장애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갑작스럽게 느껴 이상 신체 현상을 동반하는 정신질환이다. 주로 끔찍한 사건을 경험했거나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현대사회도 집단 공황장애의 희생물이 되기 쉽다. 일례로 1999년 ‘Y2K’ 공포로 온 세계가 난리 난 적이 있었다. 2000년이 되는 순간 컴퓨터가 ‘000’ 3개를 인식하지 못해 전력, 통신, 교통 등 사회기간망이 마비돼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그럴듯한 ‘썰’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더구나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앞장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들었다. 모든 나라가 전산시스템을 점검한다고 수십조원을 썼다. 그 덕분에 미국 전산업체만 떼돈을 벌었다. 당연히 그런 황당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적잖은 전문가가 반박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공포에 묻혔다. 한때 온 나라를 흔들었던 광우병 파동, 신종플루와 메르스 파동도 유사 증후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대한민국이 민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부터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 최근에는 북한과 미국의 전쟁위기까지, 사실 지난 20년 사이 공포스러운 사건이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 특히 국가 부도까지 간 외환위기는 모든 국민에게 6·25 전쟁 이상으로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래서 이제는 금융위기설이 연례행사가 됐고, 웬만한 사회현상에는 위기란 말이 ‘접미사’가 됐다. 청년실업 위기, 저(低)출산 위기, 노령화 위기, 기후 위기, 미·중 무역전쟁 위기 등 줄줄이 위기다.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설이 또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도 몇 가지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의 10년 장기 호황이 금리 인상으로 언제라도 끝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둘째, 무역전쟁이 1930년대처럼 세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것과 수출주도 국가인 한국이 최대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비슷한 주장이 해외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위기에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공황장애처럼 과잉반응은 지양해야 한다. 요즘 글로벌 핫이슈인 무역전쟁을 보자. 결론적으로 미·중이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동반자살할 확률은 거의 없다. 무역전쟁은 본질적으로 환율전쟁이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미국의 대응조치다. 이번 사태로 새우등이 조금 터지기는 하겠지만 새우가 살찔 수도 있다. 솔직히 유럽연합(EU)이나 우리가 그 사이 중국의 위세에 당한 억울함(?)을 미국이 대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 덕분인지 벌써 중국의 외국 기업에 대한 태도가 좋아졌다. 중국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가 대신할 부분도 있다. 미국도 중국의 보복조치로 막힌 농산품 수출을 위해 우리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중국이 내수 진작과 무역흑자 축소를 위해 환율을 절상한다면 우리 기업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최근 여러 전문가가 주장하는 한국 경제 위기설도 시각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2.9% 성장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 성적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시대에는 고성장(?)이라고 주장해도 된다. 물론 반도체와 정보기술(IT)산업 호황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 있다. 그런데 경제는 그때그때 선도 산업의 착시 현상의 연속이다. 10년 후면 인공지능(AI)과 로봇산업의 착시 현상이란 말이 나올지 모른다. 또 청년실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4차 산업혁명 구조적 변화의 ‘부정적’ 측면이고 경제위기와는 다른 주제다. 대부분 청년이 취업을 원하는 대기업 숫자는 너무 적고 영세 자영업자의 숫자는 인구 대비 일본과 미국의 3배다. 구조적 변화와 순환기적 하락 추세를 혼동하면 임시변통과 대증요법만 남발된다.
미국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경기침체 혹은 불경기라 부른다. 위기란 단어는 2008년 금융위기 정도는 돼야 쓰는 용어다. 우리처럼 ‘문제’를 위기라고 아우성치는 나라는 없다. 위기란 단어의 남용은 약물남용처럼 습관화된다. 정작 정말 위기가 닥쳤을 때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될까 걱정이다. 문제와 위기를 구분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물론 대한민국이 민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부터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 최근에는 북한과 미국의 전쟁위기까지, 사실 지난 20년 사이 공포스러운 사건이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 특히 국가 부도까지 간 외환위기는 모든 국민에게 6·25 전쟁 이상으로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래서 이제는 금융위기설이 연례행사가 됐고, 웬만한 사회현상에는 위기란 말이 ‘접미사’가 됐다. 청년실업 위기, 저(低)출산 위기, 노령화 위기, 기후 위기, 미·중 무역전쟁 위기 등 줄줄이 위기다.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설이 또 등장하고 있다. 이번에도 몇 가지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의 10년 장기 호황이 금리 인상으로 언제라도 끝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둘째, 무역전쟁이 1930년대처럼 세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것과 수출주도 국가인 한국이 최대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비슷한 주장이 해외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위기에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공황장애처럼 과잉반응은 지양해야 한다. 요즘 글로벌 핫이슈인 무역전쟁을 보자. 결론적으로 미·중이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동반자살할 확률은 거의 없다. 무역전쟁은 본질적으로 환율전쟁이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미국의 대응조치다. 이번 사태로 새우등이 조금 터지기는 하겠지만 새우가 살찔 수도 있다. 솔직히 유럽연합(EU)이나 우리가 그 사이 중국의 위세에 당한 억울함(?)을 미국이 대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 덕분인지 벌써 중국의 외국 기업에 대한 태도가 좋아졌다. 중국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가 대신할 부분도 있다. 미국도 중국의 보복조치로 막힌 농산품 수출을 위해 우리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중국이 내수 진작과 무역흑자 축소를 위해 환율을 절상한다면 우리 기업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최근 여러 전문가가 주장하는 한국 경제 위기설도 시각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2.9% 성장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 성적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시대에는 고성장(?)이라고 주장해도 된다. 물론 반도체와 정보기술(IT)산업 호황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 있다. 그런데 경제는 그때그때 선도 산업의 착시 현상의 연속이다. 10년 후면 인공지능(AI)과 로봇산업의 착시 현상이란 말이 나올지 모른다. 또 청년실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4차 산업혁명 구조적 변화의 ‘부정적’ 측면이고 경제위기와는 다른 주제다. 대부분 청년이 취업을 원하는 대기업 숫자는 너무 적고 영세 자영업자의 숫자는 인구 대비 일본과 미국의 3배다. 구조적 변화와 순환기적 하락 추세를 혼동하면 임시변통과 대증요법만 남발된다.
미국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경기침체 혹은 불경기라 부른다. 위기란 단어는 2008년 금융위기 정도는 돼야 쓰는 용어다. 우리처럼 ‘문제’를 위기라고 아우성치는 나라는 없다. 위기란 단어의 남용은 약물남용처럼 습관화된다. 정작 정말 위기가 닥쳤을 때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될까 걱정이다. 문제와 위기를 구분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