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디스플레이로 진화"… 삼성, 초대형TV 1위 철옹성 쌓는다
“앞으로 TV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입니다.”

삼성전자 TV사업을 이끌고 있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사진)이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서 한 말이다. 스마트폰처럼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을 때도 뉴스와 생활정보, 음악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기기로 진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시장을 개척할 ‘라이프스타일 TV’다. 한 사장은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삼성전자가 2006년 이후 놓치지 않고 있는 세계 시장 1위를 지키기 위한 양대 전략이다.

◆새로운 개념 창조하고…

"생활 속 디스플레이로 진화"… 삼성, 초대형TV 1위 철옹성 쌓는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TV 시장 전략을 소개했다. 한 사장은 경쟁자들에 앞서 TV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방송을 전달하는 TV라는 개념 자체가 수명을 다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생활에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디스플레이’나 ‘스크린’으로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TV에 속하는 ‘2018년형 더 프레임’을 같은 날 공개한 이유다. 더 프레임 TV는 액자처럼 디자인한 하드웨어에 미술이나 사진 작품을 담을 수 있도록 한 TV다. 방송을 시청하지 않을 때도 예술작품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TV에 예술작품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해 생활 환경의 가치를 높인다는 목표로 개발했다. 2018년형 제품은 TV에 담을 수 있는 예술 콘텐츠가 대폭 확대됐다.

올해 QLEDTV에 새롭게 적용한 ‘매직스크린’ 기능도 라이프스타일 TV 전략의 연장선이다. 매직스크린은 TV를 보지 않을 때 날씨와 뉴스 등 생활 정보를 화면에 보여준다. 바람과 물소리 등을 표현하는 기능이 있어 휴식시간에 활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매직스크린에 지원할 콘텐츠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공모전을 열고 있다. 한 사장은 “라이프스타일 TV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개념인 만큼 고객의 요구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많은 고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V 크기는 키워

"생활 속 디스플레이로 진화"… 삼성, 초대형TV 1위 철옹성 쌓는다
삼성전자는 대형화를 넘어 초대형화로 가고 있는 TV 크기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금액을 기준으로 올해 초대형 TV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80%가량 늘어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 역시 60인치대 TV 판매량이 올해 처음 50인치대 판매량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초대형 TV 시장의 51%를 장악했던 삼성전자는 관련 점유율을 계속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가 무기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처음 공개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단위의 LED를 촘촘히 붙여 만든다. 각각의 LED가 빛을 내면서 완벽한 검은색과 높은 밝기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검은색 표현이 뛰어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과 밝기에 강한 QLED 패널의 강점을 혼합한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지털시티에 있는 시제품 생산시설을 통해 작은 LED를 하나씩 균일하게 붙이는 난도 높은 양산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디스플레이를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100인치 이상의 화면까지 구현할 수 있다. 베트남 호찌민에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9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80㎜인 두께가 30㎜까지 얇아진 가정용 신제품도 내년에 선보여 TV 초대형화 추세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 사장은 “올 들어 75인치 이상 TV시장에서 판매 목표를 높게 잡았고 실제로 그만큼 판매가 늘고 있다”며 “중국 등에서 새로 나타난 업체들과 저가 경쟁을 하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 TV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초대형 TV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