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인 가맹본부들이 18년 전 금지됐던 ‘각사 간 근접출점 자제’ 규약을 다시 만들기로 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년 연속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름이 깊어진 편의점주를 지원하기 위한 방책이지만, 공정거래법상 담합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근접출점 자제'한다는데… 공정위, 담합 판단 뒤집나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편의점 5개사가 모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근접출점 자제를 골자로 하는 자율규약안을 마련해 다음주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가맹점주들이 동일 브랜드에 적용되고 있는 근접출점 자제를 전 편의점 브랜드로 확대할 것을 요구해온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동일 브랜드는 25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금지토록 하고 있는데 다른 브랜드 간에는 80m로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에도 다른 편의점 브랜드 간 80m 이내 근접출점을 막는 자율규약안이 마련됐지만 2000년 공정위로부터 담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폐지됐다.

공정위는 심사 요청을 받으면 가맹거래법과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가맹거래법에서는 가맹본부를 구성원으로 하는 사업자단체가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규약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경우 가맹본부가 규약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지를 심사한다. 근접출점 자제는 편의점주에게 유리한 내용이어서 가맹거래법 위반 소지는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2000년에 불거졌던 공정거래법상 담합 문제다. 근접출점을 제한하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지고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생길 우려가 있다.

‘부당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적용받을 가능성도 있다. 담합 소지가 있는 공동행위라도 불황의 극복, 산업구조의 조정,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 등에 해당되면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 담합이나 생산량 조절 등 경성 담합인 경우에는 부당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적용받지 못한다”며 “근접출점 제한은 생산량 조절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