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부가 경제학계 스타 교수 영입을 시작으로 재도약에 나섰다. 경제학부 숙원사업인 첫 단독 연구동을 신축하고, 민·관·학이 공동으로 주요 경제 현안을 연구하는 한국경제혁신센터를 추진하는 등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석 경제관
우석 경제관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장용성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연세대 겸임교수·사진)가 이번 2학기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2007년 로체스터대의 제안을 받고 서울대를 떠난 뒤 11년 만에 모교로 돌아오는 것이다. 1997년 미국 로체스터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그는 서울대 경제학부 부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조교수, 미국 연방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냈다.

장 교수는 거시경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낸 학자로 손꼽힌다. 2013년 연구 업적이 탁월한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조락교 경제학상’을 받았다. 장 교수는 “‘거시경제이론’ 강좌를 맡아 시장 펀더멘털의 중요성 등을 강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학부는 정은이 일리노이대 경제학부 교수를 뽑으면서 72년 만에 처음으로 여교수를 채용했다. 경제학부 학부생 중 여학생 비중이 약 30%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여성 경제학자를 꿈꾸는 학생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 '한국 경제정책 산실' 꿈꾼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신진 교수들은 뛰어난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유명 대학에서 영입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2007년 로체스터대로 자리를 옮긴 장 교수를 포함해 2004년 박준용 교수(인디애나대), 2016년 이석배 교수(컬럼비아대), 2017년 이재원 교수(버지니아대) 등이 미국 대학으로 갔다. 서울대 상경계열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해외 유명 대학의 경제·경영학부 교수의 초봉은 20만달러 선이지만 우리는 3분의 1 수준에 그쳐 인재 영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학부는 계량경제학에 정통한 일본인 교수 영입을 위해 학내 세미나에 초청해 설득하는 등 국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프라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과 비슷한 한국경제혁신센터를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센터의 목표는 한국 경제학의 네트워크 허브로 자리잡는 것이다. 저성장, 공정거래, 남북한 경제 통합 등 한국 경제 현실과 밀접한 8대 중장기 연구과제도 마련했다. 지난 9일에는 경제학부 첫 독립 연구동인 ‘우석 경제관’ 기공식이 열렸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전달한 100억원이 마중물이 된 우석 경제관은 경제학부 발전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서울대를 비롯해 한국 경제학계는 경제 현안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QS가 매긴 ‘2018 세계 대학 평가 학과별 순위’에서도 서울대는 경제·계량경제학 부문에서 46위에 그쳤다. 경쟁 대학인 싱가포르국립대(20위), 홍콩과학기술대(28위), 도쿄대(29위) 등에 비해 떨어지는 순위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학부장은 “새롭게 영입한 교수들과 함께 학문적인 연구 수준을 높이고 한국 경제 현실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