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피겨 스케이팅 영웅이자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계 피겨 선수 데니스 텐이 대낮에 흉기에 찔려 숨졌고 용의자 중 한 명이 체포됐다.

카자흐 경찰은 20일(현지시간) 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누랄리 키야소프(24)를 체포했다고 AFP통신과 타스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키야소프는 변호사 앞에서 범행을 자백했다고 현지 매체인 카진포름이 검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딴 텐은 전날 자신의 승용차 백미러를 훔치던 용의자 2명과 다투다가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유명한 스포츠 스타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카자흐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다.

카자흐인들은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칼무한벳 카시모프 내무장관의 사임마저 요구하고 나섰다.

알마티 출신인 텐은 대한제국 시절 의병대장으로 활동했던 민긍호의 외고손자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인연으로 데니스 텐은 김연아와 아이스쇼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탔다.

데니스 텐은 지난 2월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할 정도로 조국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K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데니스 텐은 "저는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그리고 제가 딴 모든 메달과 제가 이룬 성취는 모두 카자흐스탄을 위해 거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란 나라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었고 앞으로도 한국인으로 살아갈 것이고 그것은 아마도 자랑스러운 나의 운명이다"라고 말해 감동을 줬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괴한에 피습당해 세상을 떠난 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김연아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충격적이다. 데니스 텐은 성실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다. 열정적이고 훌륭한 스케이터를 잃어 슬프다"고 회고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카자흐 경찰은 다른 1명의 용의자 신원도 밝혀내고 추적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