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유니클로의 자매브랜드인 지유(GU)가 오는 9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열고 한국 사업을 본격화한다.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 최신 디자인으로 젊은 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중저가 패션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소비자 잡아라”

유니클로와 지유를 제조·판매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은 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유를 한국의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트렌디한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며 한국 진출 계획을 밝혔다. 유노키 오사무 지유 대표는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검토해왔다”며 “지유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선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유의 성공전략은 트렌디한 디자인, 디지털 구매 경험, 고객 데이터 기반 서비스, 해외시장 확대”라며 “런던과 도쿄의 연구개발(R&D)센터에서 개발한 최신 디자인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유는 2006년 출범한 저가형 SPA다. 990엔(약 9940원)짜리 청바지 등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 2013년 중국에 진출했고 이듬해 대만, 지난해엔 홍콩에 매장을 냈다. 네 번째 진출국인 한국엔 오는 9월14일 롯데월드몰에 1388㎡(약 420평) 규모로 1호점을 연다. 이에 앞서 8월 말에 홍대 인근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운영할 예정이다.

온라인몰과 앱(응용프로그램) 등 전자상거래를 진출 초기부터 시작하는 것도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서다. 자라, H&M 등 해외 SPA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매장을 열고 반응을 살핀 뒤 전자상거래를 뒤늦게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유는 8월1일에 앱을 선보이고 9월1일에 온라인쇼핑몰을 시작한다. 1호점을 열기 전 회원 가입을 한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 등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다.

◆스타일링 전문가로 차별화

업계는 지유가 한국에서 유니클로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유니클로가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합리적 가격, 좋은 소재로 승부수를 띄운 것과 달리 지유는 트렌디한 디자인, 유니클로보다 20~40%가량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유니클로는 국내 진출한 SPA 중 유일하게 1조원 넘는 연매출(2017년 1조2376억원)을 올리고 있다. 2000억~3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자라, H&M 등과 격차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지유까지 한국에 들어오면 저가형 SPA 브랜드인 ‘스파오’ ‘에잇세컨즈’ ‘탑텐’ 등 토종 브랜드가 위협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격대가 비슷한 데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더 빠르게 최신 유행 의류를 들여올 수 있어서다.

지유는 유니클로처럼 에프알엘코리아가 국내 사업을 할 예정이다. 에프알엘코리아는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51 대 49의 지분으로 세운 합작법인이다. 유니클로가 롯데쇼핑 유통망을 활용해 빠르게 매장을 연 것처럼 지유도 같은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업을 총괄하는 오사코 히로후미 에프알엘코리아 지유 사업책임자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제품별 재고를 한눈에 보고 스타일링 방법도 알아볼 수 있는 기기를 매장에 비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 내 스타일링 전문가인 ‘지유 어드바이저’도 고용키로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