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화장하는 미인도’ 앞에 선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대표(왼쪽부터), 홍선웅· 김정헌 작가,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박불똥 작가, 유승희 코리아나미술관장.
‘동서고금 화장하는 미인도’ 앞에 선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대표(왼쪽부터), 홍선웅· 김정헌 작가,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박불똥 작가, 유승희 코리아나미술관장.
동서양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대형 벽화 ‘동서고금 화장하는 미인도’가 30년 만에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의 품에 돌아왔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지난 12일 광교 사옥에서 ‘동서고금 화장하는 미인도’ 이전 기념식을 열고 작품을 공개했다.

이 벽화는 동서양을 대표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고대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의 흉상, 중국 화가 고개지의 ‘여사잠도’,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김홍도와 신윤복 풍속화 등에서 여인들의 모습을 발췌해 콜라주 형식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유상옥 회장이 라미화장품 대표를 맡고 있던 1986년 제작됐다. 당시 유 회장은 라미화장품 공장을 경기 용인 신갈에서 이천으로 확장 이전할 때 사재를 털어 화장품 공장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작품을 생각했다. 그는 “미국 화장품업체인 엘리자베스 아덴의 본사 로비에 걸려 있던 벽화를 떠올렸다”며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대형 벽화를 제작했다”고 회고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작품을 기획했고, 김용태·김정헌·박불똥·이인철·홍선웅 등 작가 5명이 제작을 맡았다.

유 회장은 동아제약에 입사해 자회사 라미화장품 대표가 되기까지 30년간 이 회사에 몸담았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이 작품은 잊혀지는 듯했다. 최근까지 이 작품은 동아제약 이천 공장 로비에 걸려 있었다. 유 회장이 지난 5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에게 작품을 돌려달라는 뜻을 밝혔고 강 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작품 이전이 이뤄졌다.

이번 ‘동서고금 화장하는 미인도’ 이전은 유 회장이 강조해온 문화 경영의 일환이다. 유 회장은 지난 4월 50여 년간 수집한 4000여 점의 개인 소장 유물과 미술품을 코리아나화장품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유 회장은 “코리아나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이 작품을 되찾아 기쁘다”며 “기업가지만 항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작품 제작의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