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 '분식회계 판단'은 유보한 채… 공시 위반에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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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중징계
시장 혼란만 키운 증선위의 결정
"콜옵션 회계처리 적정성 여부 다시 감리하라"
금감원에 공 다시 넘겨…사태 장기화 불가피
'삼성 합병'에 소송 낸 엘리엇에 빌미 줄 수도
시장 혼란만 키운 증선위의 결정
"콜옵션 회계처리 적정성 여부 다시 감리하라"
금감원에 공 다시 넘겨…사태 장기화 불가피
'삼성 합병'에 소송 낸 엘리엇에 빌미 줄 수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다섯 차례에 걸친 ‘장고’ 끝에 강수를 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체결한 콜옵션 공시 누락에 대해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정작 핵심 쟁점으로 꼽혀온 회계처리 변경의 적정성에 대해선 결론을 미뤘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년3개월을 끌어온 ‘삼바 사태’는 결국 장기전으로 가게 됐다.
금융위-금감원 갈등에 반쪽 결론
증선위가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 누락 혐의와 관련해 예상보다 좀 더 일찍 결론을 낸 것은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우려를 일단락하려는 의도도 컸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은 증선위 역사상 가장 많은 회의 시간이 투입됐다. 감리위원회 세 차례, 증선위 다섯 차례 등 총 여덟 차례에 걸쳐 심의가 이뤄졌다. 금융위는 증선위 여름 휴게 기간인 7월 중순 이전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표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심해졌다. 증선위가 기존 조치안을 수정하라고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의 감리 조치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변경해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이 ‘고의적 분식’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금감원의 조치안이 미흡하다며 2015년 이전인 2012~2014년 회계처리를 추가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를 거부했고 막판 수정 의결 여부를 놓고서도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혐의에 대해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감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다시 감리한다고 해도 조치안의 결론이 뒤바뀔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고의 분식을 입증하기 위해 감리를 벌인 뒤 낸 결론이기 때문에 또 다른 고의성을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의적 공시 누락’ 파장 클까
애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누락 혐의와 관련해 제재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금융위 산하 회계전문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도 공시 누락 위반에 대해 ‘의견 일치’로 결론냈고, 증선위에서도 이 부분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매수권(콜옵션) 존재 여부와 주주 약정 내용을 주석 등 공시에서 누락한 것은 회계처리 위반이 명백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증선위가 공시 누락을 ‘고의적’이라고 판단하고 검찰 고발까지 하기로 하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지속적으로 주장한 것은 검찰 고발을 통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재조사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증선위는 공시 누락의 고의성을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판단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검찰 고발로 넘겼기 때문에 왜 고의로 판단했고, 중대한 판단 근거가 어떤 것인지는 이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연관성과 관련해서도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공격을 감행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걸려 있다. 엘리엇은 전임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중재의향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본격적인 ISD 절차에 앞서 분쟁 사실 등을 알리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선위 결과가 엘리엇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수정/조진형/강경민 기자 agathe77@hankyung.com
그러나 정작 핵심 쟁점으로 꼽혀온 회계처리 변경의 적정성에 대해선 결론을 미뤘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년3개월을 끌어온 ‘삼바 사태’는 결국 장기전으로 가게 됐다.
금융위-금감원 갈등에 반쪽 결론
증선위가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 누락 혐의와 관련해 예상보다 좀 더 일찍 결론을 낸 것은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우려를 일단락하려는 의도도 컸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은 증선위 역사상 가장 많은 회의 시간이 투입됐다. 감리위원회 세 차례, 증선위 다섯 차례 등 총 여덟 차례에 걸쳐 심의가 이뤄졌다. 금융위는 증선위 여름 휴게 기간인 7월 중순 이전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표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심해졌다. 증선위가 기존 조치안을 수정하라고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의 감리 조치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변경해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이 ‘고의적 분식’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금감원의 조치안이 미흡하다며 2015년 이전인 2012~2014년 회계처리를 추가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를 거부했고 막판 수정 의결 여부를 놓고서도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혐의에 대해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감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다시 감리한다고 해도 조치안의 결론이 뒤바뀔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고의 분식을 입증하기 위해 감리를 벌인 뒤 낸 결론이기 때문에 또 다른 고의성을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의적 공시 누락’ 파장 클까
애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누락 혐의와 관련해 제재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금융위 산하 회계전문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도 공시 누락 위반에 대해 ‘의견 일치’로 결론냈고, 증선위에서도 이 부분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매수권(콜옵션) 존재 여부와 주주 약정 내용을 주석 등 공시에서 누락한 것은 회계처리 위반이 명백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증선위가 공시 누락을 ‘고의적’이라고 판단하고 검찰 고발까지 하기로 하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지속적으로 주장한 것은 검찰 고발을 통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재조사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증선위는 공시 누락의 고의성을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판단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검찰 고발로 넘겼기 때문에 왜 고의로 판단했고, 중대한 판단 근거가 어떤 것인지는 이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연관성과 관련해서도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공격을 감행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걸려 있다. 엘리엇은 전임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중재의향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본격적인 ISD 절차에 앞서 분쟁 사실 등을 알리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선위 결과가 엘리엇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수정/조진형/강경민 기자 agathe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