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에 수입되는 현대제철의 철강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미 정부는 한국산 철강에 25% 추가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쿼터(수입할당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개별 품목에 별도로 고율 관세를 매기는 사례가 잇따라 한국 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美 상무부, AFA 남용해 한국철강 2중 규제"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0일 2016~2017년에 수입된 한국산 후판에 대한 연례 재심에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에 각각 11.64%와 0.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판정했다. 후판은 선박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철강이다. 한국산 후판이 저렴한 가격에 들어와 미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게 미 상무부의 판단이다.

동국제강은 반덤핑 조사를 종결할 수 있는 ‘미소마진’(2% 이하)으로 판정받아 고관세 부과를 피하게 됐다. 반면 현대제철은 이전보다 관세율이 높아졌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9월 2015~2016년도 연례 재심 최종판정에서도 현대제철에 2.05%, 동국제강에 1.8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대미 후판 수출은 전체 매출의 1% 미만이어서 타격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불합리한 판정이 아닌지 따져본 뒤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된 한국산 후판은 19만t으로 전년(37만t)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쿼터제에 따라 올해 수출량은 지난해 수준으로 묶였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불리한 가용정보(AFA)’ 조항을 남용해 한국산 철강에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FA는 기업이 자료 제출 등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미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산정하는 것이다.

최근 CIT가 ‘관세율 산정 근거가 적절하지 않다’며 상무부에 관세율을 다시 산정하라고 지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CIT는 지난달 28일 상무부가 현대제철의 냉연강판 제품에 부과하기로 한 반덤핑 관세율(34.3%)을 재산정하라고 지시했다. 상무부는 또 지난해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에 47.8%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가 CIT로부터 재산정 지시를 받고 지난달 관세율을 7.89%로 대폭 낮췄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