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했고 중국도 즉각 관세 보복에 나섰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과 2위 경제 대국이면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정면충돌하면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하면서 동반 침체에 빠진 1930년대 대공황이 자칫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무역불균형 해소라는 표면적인 이유 이면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싸움의 본질은 패권 경쟁

미·중 통상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불허다. 양국은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밝힌 상태다.

미국은 이날 동부시간 오전 0시1분(한국시간 오후 1시1분)을 기해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산 818개 품목에 25% 관세 부과를 개시한 데 이어 추가로 160억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도 2주 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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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같은 규모의 관세보복에 나섰다. 1차로 34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대두 옥수수 밀 등 545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의료장비 에너지 등 160억달러 규모의 114개 품목은 미국의 후속 조치에 따라 추가로 관세를 매길 방침이다.

대(對)중국 무역적자와 관련한 미국의 누적된 불만이 통상전쟁의 빌미가 됐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755억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의 66%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중국은 지난 20년간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여왔고 이제 (미국이) 일어나 반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싸움의 이면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이 중국의 첨단기술 제품을 정조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미래 산업을 뺏기면 미국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의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관련 특허 출원은 1239건으로 미국(231건)을 크게 웃돌았다. 세계 AI 관련 투자자금 152억달러 중 48%가 중국 기업에 투자됐다.

◆소용돌이에 휘말린 세계 경제

세계 경제는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통상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용으로 활용할 것이란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몬태나주에서 열린 공화당 선거 유세에서 “추가로 2000억달러가 있고 3000억달러가 더 있다”며 “이것은 오직 중국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연간 대미국 수출액 5000억달러 전체로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무역전쟁이 최소한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 상황이 좋아 무역전쟁의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덜하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확전은 피하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엔 같은 수준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미국이 추가로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는 등 확전에 나설 경우 연간 전 세계 교역액의 10%가 넘는 2조달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분석기관 픽텟애셋매니지먼트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룩셈부르크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대만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중국이 무역 흑자를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총수출을 10% 줄이면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