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검사’ 출신 윤석열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 방식이 또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양대 노조 방해 공작 의혹’을 받는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건을 놓고 법원에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영장 기각에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여론몰이하는 서울중앙지검이 ‘구속 지상주의’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잇단 영장기각에… '음모론'까지 제기한 검찰
◆영장판사에 ‘막말’ 쏟아내는 검찰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짤막한 사유와 함께 이 전 장관에 대한 중앙지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하기에는 수사가 아직 미진하다는 의미다.

그러자 검찰은 곧바로 “관련 의혹이 입증됐고 피의자는 전부 부인하는 상황임에도 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최근 노조와 관련된 공작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이 계속되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뭔가 다른 기준과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검찰의 거친 반발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법리와 소명자료를 기초로 공정하게 재판을 수행 중”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영장기각 사유처럼 이 전 장관 혐의는 논란이 적지 않다. 이 전 장관이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께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노총 분열 공작을 위해 제3노총인 국민노총 설립을 지원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국민노총에 지원했다며 국고손실죄가 적용됐다. 하지만 국민노총 설립을 맡았던 초대 정연수 위원장(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국민노총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설립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노총은 각종 채용비리와 금품수수, 성폭행 사건 등으로 지탄을 받아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국민노총 설립을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전 장관도 국민노총 설립을 도왔다”고 전했다. 또 “국민노총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노동부로부터 일부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기존 양대 노조가 받은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논란 커지는 ‘윤석열 스타일’

중앙지검의 판사 비판은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건 때는 “압수수색과 조사를 통해 증거가 거의 완벽했다”는 수사 셀프진단과 함께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3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건에는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다. 판사를 여론으로 압박하며 사법을 정치로 타락시키는 행태라는 비판이 당시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판사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과 여론전에는 ‘수사 지상주의’ 윤 지검장의 스타일이 녹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불구속 원칙에 개의치 않고 수사를 위해서는 뭐든 한다는 게 윤 지검장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혐의를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하고 혐의를 인정하면 ‘도망 우려가 있다’고 한다”며 “이런 영장 청구야말로 반인권 수사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안대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