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제시할 비핵화 시간표 없이 6~7일 세 번째 방북을 한다고 밝혔다. “1년 내 북핵을 해체할 수 있다”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이틀 만에 뒤집은 것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이어 비핵화 일정에 관해서도 미국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의 비핵화 시간표 발언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일부 인사들이 시간표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시간표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고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무기와 미사일 등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으며, 북한이 협조한다면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지만 국무부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말을 바꿔왔다. 그는 6·12 미·북 정상회담 다음날 방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북한의 주요 비핵화를 달성하겠다”고 했다가 북한이 미·북 후속 실무협의에 응하지 않자 지난달 25일 CNN 방송을 통해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 때문에 대북 접근법을 둘러싸고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은 6·12 미·북 회담 국면에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 전면에 나서고 볼턴 보좌관이 뒤로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이 비핵화 의도가 없으며 핵시설을 은폐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볼턴 보좌관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하느냐’는 질문에 “모른다”며 “나는 볼턴 보좌관을 대변하지 않으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물어보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가 작년 독립기념일(7월4일)을 기억할 것”이라며 “1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면, 우리는 지금 좋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독립기념일에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작년에는 독립기념일 하루 전날 ICBM급인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정인설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