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총수 구속땐 투자 올스톱"… 대한항공 전전긍긍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69)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5일 밤 결정된다. 대한항공엔 비상이 걸렸다. 조 회장이 구속되면 회사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의 ‘물컵 갑질’ 이후 11개 사법·사정기관에서 전방위로 조사하면서 대한항공의 대외 이미지는 추락했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0곳 중 대한항공의 브랜드 순위는 올해 1분기 11위에서 2분기 36위로 25계단이나 하락했다.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38% 감소한 163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항공사 네 곳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이 구속되면 대한항공의 신규 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대, 올 상반기 16대에 이어 하반기에도 항공기 추가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항공기 한 대당 약 250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한다.

내년 6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세계 항공업계의 최대 행사로 한국 개최는 처음이다. 조 회장은 내년 연차총회 의장을 맡게 돼 있다. 그는 출국금지 조치로 지난달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연차총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대한항공 갑질 파문’이 장기화하면서 지난 5월 미국 델타항공과 함께 출범시킨 조인트벤처 운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조인트벤처는 두 회사가 모든 좌석을 공동 판매하고 운영 수익도 나누는 ‘혈맹 수준’의 제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수사 대응에 매달리다 보니 델타항공 측 최고경영자(CEO)와 협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조인트벤처가 좌초할 위기”라고 전했다.

조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잘못이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꼭 구속영장부터 청구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11개 기관이 13차례나 압수수색을 한 만큼 가장 중요한 구속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재계 14위의 총수가 도주할 가능성도 없다. 재벌이라고 특혜를 줘도 안되겠지만 여론에 떠밀려 ‘일단 구속해 놓고 보자’는 식의 수사도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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