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석 네스필러PKG 대표가 경기 부천 본사에서 수출용 화장품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준완 기자
심윤석 네스필러PKG 대표가 경기 부천 본사에서 수출용 화장품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준완 기자
경기 부천시에 있는 네스필러PKG(대표 심윤석)는 지난달 22일 프랑스의 유명 화장품 제조사인 A사와 파운데이션 화장품 용기 9만 개 수출계약(20만달러)을 맺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A사에서 바깥 공기가 차단되는 가로 형태의 화장품 파운데이션 용기를 찾고 있다는 소식에 샘플을 보냈다. 공기가 차단되는 세로 형태의 파운데이션 용기는 흔하지만 가로형 제품은 구하기 쉽지 않다.

심윤석 대표는 “프랑스에서는 A사와 거래하는 것만으로도 품질을 인정해줄 정도”라며 “이 회사와 거래하기 위해 지난 1년간 프랑스를 15차례나 다녀왔고 샘플만 3000개 넘게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회사가 올해 초부터 샘플 테스트만 계속해 애를 많이 태웠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가 국내 협력사와 공동 개발한 화장품 액상 분사용기 43만 개도 다음달 미국 화장품 회사에 수출한다. 화장품 분사용기 한 종류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만 90만달러(약 10억원)다. 심 대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세계 60개 국 200여 개 회사에 화장품 용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매출의 99%가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신기능 화장품 용기로 깐깐한 佛 뚫었죠"
이 회사는 그동안 국내 협력업체에서 만든 화장품 용기를 납품받아 수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자체 개발한 제품의 수출 비중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프랑스와 미국에 수출하는 파운데이션·액상 분사용기도 이 회사가 2년 전부터 자체 개발해온 제품이다. 그는 “소비자가 화장품 액상 분사용기를 사용할 때마다 노즐이 상하로 움직이지 않는 기능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노즐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원하는 피부 위치에 액상을 분사할 수 있다. 외부 공기가 통하지 않고, 화장품 잔량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가로형 파운데이션 용기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심 대표는 2003년 화장품 용기를 수출하는 무역회사로 출발해 2011년부터 새로운 기능이 들어간 아이디어 제품을 하나둘 개발해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해외에서 열리는 화장품 전시회에 참가해 바이어와 상담하고 그들이 원하는 화장품 용기의 기능을 알게 되면서 개발에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새로운 기능의 화장품 용기를 개발하고, 생산은 협력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화장품 용기를 납품해준 제조업체와 협업하는 게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태국 방콕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설립 4개월 만에 태국의 15개 화장품 제조회사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태국 진출 첫 해인 올해 매출목표는 120만달러(약 13억원)다. 심 대표는 “태국은 화장품 시장 전망도 밝지만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이 모인 중심에 있기 때문에 이웃나라로의 수출이 수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부천시는 지난달 부천 경제를 이끄는 강소기업에 이 회사를 선정했다. 심 대표는 “불확실한 신규 고객 개척보다 기존 고객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