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주력으로 내놓은 QLED(퀀텀닷디스플레이) TV 모델은 55인치부터 82인치까지 다양하다. 8년전 LED(발광다이오드) TV를 내놨을 때 디스플레이 크기는 32인치부터 55인치까지였다. 8년 새 TV 화면 크기가 확 커진 것이다. TV 화면이 커지면 제조 공정은 복잡해진다. TV화면에 쓰이는 대형 유리기판의 불량률을 낮추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유리기판의 두께와 굴절률이 일정하지 않으면 빛이 통과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긴다. 화소(픽셀)에 불량이 생기면서 형상이 비뚤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대화면 유리기판 불량 측정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진종한 광학표준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대형 유리기판의 두께와 굴절률 측정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고 3일 발표했다. 그동안 진동이 많은 제조 공정에서 TV화면에 사용되는 두께 0.5~0.7㎜의 유리기판의 굴곡을 검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심하게 흔들리는 유리기판의 두께를 안정적이고 연속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유리기판 상태에서 문제를 검출하지 못하면 불량품이 그대로 사용되고 TV 불량률이 올라가는 주요 원인이 된다.

연구진은 광간섭계를 이용해 세계에서 진동에 가장 강하고 대형 유리기판의 두께를 재는 센서를 개발했다. 광간섭계란 하나의 광원에서 나오는 빛을 둘 이상의 경로로 나누고 그 결과 나타난 간섭무늬를 이용해 두께와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다. 이전에는 유리기판에 빛을 통과시켜 반사된 무늬를 측정해 두께를 추산하는 반사식 간섭계를 사용했다. 하지만 빛이 들어갔다 반사되는 유리기판이 진동으로 흔들리면 정확한 간섭무늬가 나타나지 않아 측정한 두께에 오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는 빛을 유리기판에 완전히 투과시켜 나타난 무늬를 쓰기 때문에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번에 개발한 센서는 굴절률도 측정할 수 있다. 빛은 통과하는 매질에 따라 날아가는 속도가 다른데 이전에는 매질의 굴절률을 별도로 파악하고 두께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유리가 통과할 때와 통과하지 않을 때 간섭무늬 형태가 달라지는 점에 착안해 무늬 형태에 따라 굴절률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표준연은 지난해 광계측 전문기업인 노비텍에 이 기술을 이전했다. 노비텍은 이를 기반으로 측정 장치를 제품을 개발해 이달 초 글로벌 유리 전문기업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진 책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TV화면으로 사용하는 LCD와 OLED, QLED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외국산 센서로는 동시 측정이 어려웠던 유리 두께와 굴절률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