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이 유럽연합(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정치 위기는 유럽 통합을 우려스럽게 하는 일격”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에 이어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까지 EU에서 이탈하면 EU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선 ‘반(反)EU’를 표방하는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대표 디마이오·사진)과 극우정당 ‘동맹’이 정부 구성을 둘러싸고 ‘친(親)EU’ 성향의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다. 이들은 내각에 반EU 성향의 경제장관을 임명하는 방안을 놓고 대립했다.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7월 조기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이날 연정 논의가 재개되면서 전날 이탈리아 국채 시장과 세계 주요 증시를 강타했던 충격은 다소 가라앉은 모습이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연정이 성사되든, 조기총선이 치러지든 이탈리아 내 반EU 정서가 계속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재선거를 해도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선 오성운동과 동맹이 승리하면 ‘이탈렉시트’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이탈리아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EU 측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크다.

EU를 주도하는 서유럽 국가는 국내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정당으로부터 타격을 받으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동개혁 과정에서 저항에 부딪혔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다.

동유럽은 ‘반난민’을 앞세워 EU의 정책 기조에 반발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29일 난민의 체류자격 획득을 돕는 개인이나 단체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오스트리아는 입국 후 5년간 지원금 청구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EU의 기본 규칙과 상충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