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주말 미·북 정상회담 취소 고비를 넘기자 노골적인 ‘태세 전환’으로 돌변했다. 그제 관영매체를 통해 집단탈북한 북한식당 여종업원 13명의 송환을 재차 요구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남 사이에 민족적 화해와 평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지금 우리 인민들은 기대를 안고 사랑하는 딸자식들이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이들의 송환이) 남조선 당국의 성의와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라고 압박했다.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류경’도 “송환문제를 바로 처리하지 않고선 북·남 사이의 그 어떤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고 늘어놨다.

당장 내일(1일) 남북한 고위급회담에 앞서 북한이 ‘여종업원 송환’ 카드를 빼든 것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남북철도 연결 등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큰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북한이다. 더구나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제기할 북한 내 인권,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사전 맞불작전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송환 요구의 명분으로 ‘인도주의’ ‘인륜’을 내건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정치범수용소에 8만~12만 명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나치보다 더한 ‘수용소 집단’으로 간주된다. 목숨을 걸고 탈출한 3만여 탈북자가 그 ‘생지옥’의 증인들이다. 그런 북한이 남한을 압박하니 이런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없다.

남북관계 개선이 아무리 시급해도 협상은 한쪽만의 ‘성심성의’로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남측이 “판을 깨지 말자”는 식의 소극적 태도일 때 북한은 더 기세등등했던 게 지난 20년간의 경험이다. 왜 먼저 당당하게 북한 주민 인권, 억류 한국인 석방 등을 요구하지 못하는가. 그래야 협상력도 커지고 남북 간에 허세가 아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