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與 전·현 원내사령탑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엇박자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개정안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前) 원내지도부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홍영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새 원내지도부가 꾸려진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전·현임 지도부가 엇박자 행보를 보인 셈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임기를 마친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 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정재호 의원을 포함해 여당에서 나온 반대표는 단 2표다. 이 중 한 표를 우 전 원내대표가 행사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98명 중 160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반대표는 24표, 기권은 14표였다.

우 전 원내대표는 반대 이유를 묻자 “낱낱이 사유를 밝힐 순 없지만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대하기 때문에 부(不)표를 행사한 것”이라고 답했다. 새 원내지도부가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내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끝내 우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소신대로 투표한 모습이다. 또 한 명의 반대표 행사자인 정 의원은 “내용 문제라기보다 국회가 국민적 이슈를 처리하는 프로세스(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국회에서 무조건 처리하겠다는 의지 탓에 여러 절차가 생략된 채 ‘번갯불에 콩 볶듯’ 최저임금 문제가 다뤄졌다는 설명이다.

반대표와 다름없는 ‘기권표’ 명단에도 민주당 의원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총 14명의 기권자 가운데 여당 의원이 12명에 달한다.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는 대신 ‘기권’을 택했다.

이 가운데 우상호, 기동민 의원 등 20대 국회 출범 이후 민주당을 이끈 1기 원내지도부도 대거 포함됐다. 우 의원은 원내대표를, 기 의원은 원내대변인을 맡아 20대 국회 초반 1년간 당을 이끌었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우원식 전 원내대표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홍근 전 원내수석과 강훈식 전 원내대변인도 기권 의사를 표했다. 강 의원은 “공교롭게 전임 원내대표단이 이처럼 표를 행사했지만 사전에 일부러 의견을 조율한 것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전·현임 원내지도부가 이 같은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새 원내지도부가 임기 초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는 최저임금법을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홍근 의원은 “새 원내지도부에서 찬성표를 부탁했지만 처리하는 과정에 노동계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기권을 택한 기 의원도 “최저임금 문제가 다뤄진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 가운데 상당수도 같은 문제로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해 사전에 숙지하지 못한 의원들은 소신 대신 ‘눈치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여당 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의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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