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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칼럼] '분쟁해결조항' 협상전략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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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商事紛爭 판단서 중요한 건 분쟁해결조항
    가능한 한 국내법을 준거법으로 정하는 등
    중재의 유불리 따져 협상순위 마련해 놔야

    신희택 < 무역위원회 위원장 >
    [다산 칼럼] '분쟁해결조항' 협상전략 필요하다
    우리나라 같은 대외개방형 경제구조에서는 기업들이 국제 거래와 관련해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높다. 우리 기업들은 무역, 조선, 건설과 대규모 인프라 사업 등 성격상 분쟁이 잦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국제 거래와 관련된 상사 분쟁은 중립적인 국제 중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각기 상대방 국가의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때문이다. 분쟁을 국제 중재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쟁 당사자 간 중재 합의가 필요하다. 계약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준거법을 어느 나라 법으로 할 것인지, 어떤 중재 기관이나 중재 규칙을 채택할 것인지, 중재지는 어디로 할 것인지, 중재 절차는 어떤 언어로 진행할 것인지, 중재인은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 것인지 등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다.

    아쉽게도 우리 기업들은 분쟁 단계에 돌입했을 때 분쟁 해결 조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 협상 과정을 보면 계약 금액 및 지급 조건 등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면 협상이 끝난 것으로 여기고,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이에 반해 서구 다국적 기업들은 계약 협상 단계부터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유리한 중재 조항을 넣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협상에서 관철할 수 있는 한 우리 기업들에 가장 유리한 방안은 우리나라 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중재 기관은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지는 우리나라(예를 들면 서울)로 정하는 것이다. 한국이 중재지로 규정되면 우리 중재법이 중재 절차에 적용되고 우리나라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게 돼 언어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또 국제 중재를 서울에서 하면 우리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 심리를 진행하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면 우리 기업들로서는 생소한 외국법에 따라 분쟁이 결정될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준거법으로 지정된 외국법에 대한 자문을 얻기 위해 고액의 수임료를 지급하고 외국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고 중재 기관을 국제중재재판소(ICC)로 지정해 프랑스 파리에서 중재를 한다면 우리 기업으로서는 영국 변호사와 프랑스 변호사를 모두 선임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이들과 외국어로 소통해야 하는 불편도 있을 수밖에 없다. 분쟁 성격에 따라서는 한국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중삼중의 법률비용 부담도 있다. 이외에 중재인과 대리인을 비롯해 심리기일에 출석해야 하는 증인, 전문가, 이들을 수행하는 회사 관계자 등의 해외 체류비용으로 상당액을 지출해야 한다.

    국제 중재와 관련해 종종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본다. 국내 기업 간 분쟁에서 외국 중재 기관을 지정하고 외국을 중재지로 중재 합의를 하는 경우다. 수년 전 국내 당사자 간에 이뤄진 기업 인수합병 거래와 관련된 분쟁에서 계약 당시 중재 조항을 ICC 중재 규칙에 따라 미국 뉴욕에서 중재하는 것으로 정했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자 양 당사자가 각각 한국 로펌과 미국 로펌을 선임해 뉴욕에서 중재 절차를 밟은 사례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로 된 증거 서류를 모두 영어로 번역해 제출해야 했고 국내에 있는 양측 증인, 변호사, 회사 관계자들이 뉴욕으로 가서 장기간 체류해 엄청난 비용과 함께 불필요한 불편을 감수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우리 기업들도 분쟁 해결 조항에 관해 보다 큰 관심을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때가 됐다. 거래 상대방과의 상대적 협상력을 고려해 중재 조항의 여러 요소들, 즉 준거법 조항, 중재 기관, 중재지 그리고 구술심리장소 등에 관한 유불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인 협상 순위를 마련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사안에 따라 외국 중재 기관을 지정하는 것에 동의하는 대신 서울을 중재지로 지정하는 것으로 협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중재 사건이 늘수록 한국 변호사 역할이 커져 법률서비스의 전문성 강화, 청년 변호사 일자리 창출,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 해소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htsh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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