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됨에 따라 대화 분위기가 살아나려던 남북한 관계도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남북 고위급 회담은 물론이고 ‘판문점 선언’을 기반으로 추진하려던 남북 협력과 교류 일정에도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재개될 시점은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남북 관계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내며 정상궤도에 오르는 듯했으나 북한이 지난 16일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이상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한국 기자단의 취재를 막판에 허용하면서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이 다시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방미 중인 지난 22일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고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남북 대화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 취소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현재로선 전망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합의 중 상당수는 이행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5월로 개최 시점이 못 박힌 장성급 회담이나 3주 앞으로 다가온 6·15 남북 공동행사 등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8·15 이산가족 상봉이나 8월 아시안게임 공동 진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등에 대한 합의 이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와 관련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과 협의는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의견을 밝혔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