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국제사회 제재 수위 높일 듯…생활고 못 견딘 이민 증가 전망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앞날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등 우파 중심의 국제사회가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이고 외교적 고립 정책을 펼쳐 마두로 대통령이 재임하는 향후 6년간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위기가 심화해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고단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마두로 정권에 대한 경제 제재를 대폭 강화해왔다.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와의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단독 제재를 가한 데 이어 마두로 대통령을 비롯한 베네수엘라 고위급 인사들의 재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금지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고 발행한 가상화폐 '페트로'의 미국 내 거래와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이번 대선을 자유롭지 못한 부정 선거로 규정하고 추가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최근 마두로 독재정권에 대한 추가 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겠다며 대선 이후 제재 수위를 높일 방침임을 예고했다.

지난 8일에는 베네수엘라 대선을 앞두고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인 3명, 마두로 정권과 연계된 기업 20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어 선거 이틀 전인 지난 18일에도 베네수엘라 집권당인 사회당의 디오스다도 카베요 수석 부대표, 그의 배우자, 형제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한층 강력한 추가 제재로는 베네수엘라의 돈줄인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베네수엘라 대선 당일에 비합법적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유 수출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길이 자국의 제재로 막히면 원유공급선 확보경쟁이 심화하면서 국제시장이 '홍역'을 치러야 하는 만큼 효율적인 방안을 고심 중이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이 미국과 상당 부분 연관된 터라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제재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베네수엘라 정부에 조기 대선 강행을 취소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이른바 '리마그룹'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압박에 동참할 태세다.

리마그룹은 베네수엘라 정국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캐나다를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미주 14개국이 지난해 구성한 외교 모임이다.

루이스 킨타나 베네수엘라 볼리바리안 군사대학교 교수는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만큼 미국과 동맹국들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은 고민해왔던 석유 관련 제재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인접 국가들이 마두로 정권을 더욱 고립시키기 위해 과감한 정치·경제적 조처를 하도록 지원하는 게 미국의 새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가 더 나빠질 경우 굶주림 등 생활고를 피해 이웃 국가로 이주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의 행렬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1만%가 넘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빈발하는 정전·단수, 식량난과 의약품 부족 등으로 국민의 생활고가 극에 달해 있다.

최근 2년 사이 100만 명이 넘는 베네수엘라인이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등 인근 국가로 이주했다.

현재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에는 매일 3천 명이 도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경제가 어려운데도 4억4천만 달러(약 4천750억 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해 쿠바에 유리한 조건으로 공급한 사실이 최근 공개돼 국내에서 야권과 반정부 진영의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마지막 자금줄인 석유 산업마저 위기에 처했다.

미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는 최근 2007년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에 몰수당한 자산을 보상받기 위해 최대 26억 달러(약 2조8천233억 원)에 상당하는 석유를 압류할 수 있는 판결에 따라 압류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퇴진 요구에 시달려온 마두로 대통령이 승부수로 띄운 조기 대선에서 승리해 한숨을 돌린 만큼, 우파 야권이나 반정부 세력에 대한 탄압을 더 강화해 불만을 억누르고 권력 공고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두로가 대선서 승리했지만, 패배자는 베네수엘라"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