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兆서 160兆로 급증
디스플레이·2차전지 큰 성과
‘정도 경영’도 정착시켰다는 평가다. 2000년 들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GS, LS, LIG, LF 등 대주주 일가들이 차례로 계열분리됐지만 별다른 잡음이나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이나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과 거리를 두고 사업에만 집중했다.
경제계 인사들은 “한 번 세운 목표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부단하게 추진하면서도 권한을 아랫사람들에게 과감하게 위임하는 경영자”라고 구 회장을 평가한다. 디스플레이사업, 2차전지, 통신사업 등이 구 회장이 직접 키워낸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빅딜’ 논의 과정에 출범한 LG LCD(현 LG디스플레이)는 1995년 1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28조원으로 급증했다.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22년간 투자된 자금은 40조원이 넘는다.
LG화학의 2차전지사업도 1992년 구 회장(당시 부회장)이 연구개발을 처음으로 제안한 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갖췄다. 2005년 2차전지사업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당시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사업을 계속 밀어붙인 사례가 그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는 설명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