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 잘 부탁합니다” >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추경 잘 부탁합니다” >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3조9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단 3일 만에 심사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졸속 심사’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가 오는 18일 ‘드루킹 특검’과 ‘추경안’을 동시에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4조원에 육박하는 국민 혈세를 제대로 살펴볼 물리적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정치권 내에서 불거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15일 첫 회동에서부터 삐걱거렸다. 예결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회동에서 “18일로 못을 박았지만 국민 혈세를 허투루 또 졸속으로 심사해서는 안 된다. 4조원을 400만원 쓰듯 할 수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평화당 간사인 황주홍 의원도 “모처럼 여야가 합의한 것은 정말 잘된 일이지만 추경을 며칠 내로 하겠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예산 심의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 공세에 여당 간사인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40여 일을 허비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번 추경은 청년 실업에 대한 선제적·한시적 특단의 대책”이라고 추경의 시급한 처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백재현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 오찬에 김 의원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추경 예산안을 예결위 위원 50명이 한 번씩만 질의해도 이틀은 필요하기 때문에 ‘날림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 위원장은 “소위원회를 열고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고 본회의로 가는 것이 순서인데 어느 상임위든 논의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4월 제출한 추경안은 3조9000억원 규모로, 이 중 청년 일자리 대책에 2조9000억원, 구조조정 지역 지원에 1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여야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도 추경안 ‘졸속 심사’ 우려가 쏟아졌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추경이라는 것도 국회가 심의를 제대로 해야 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는데 심의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꼬집었다.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장병원 평화당 원내대표는 “추경안 심사는 아무리 단축해도 2주일 넘게 걸린다”며 “현실적으로 18일은 불가능하고, 이달 28일 정도로 시한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추경안과 드루킹 특검법은 21일 동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이 빠른 특검 도입을 위해 18일을 지정하면서 전체 일정이 앞당겨졌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시정연설에 이어 예결위 전체회의 일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며칠 새 입장을 바꾼 여당도 졸속 심사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전임 원내지도부는 지난 8일 한국당이 14일에 특검법안과 추경안을 동시 처리하자고 제안할 당시 “6일 만에 추경안을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안은 위기에 처한 청년 일자리·중소기업·구조조정 지역을 지원하는 응급 추경이면서, 동시에 에코 세대의 대량 실업을 미연에 막기 위한 예방 추경”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