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가스, 전력 등 대북 공공 인프라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채택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는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일부 예외 조항(2375호 18조)을 뒀다.

구체적으로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에 한해서는 제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에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이 포함된 것도 이에 근거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과의 경협 사업은 물론 인프라 투자가 제재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선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사전 승인이 필수적인 만큼 북한의 핵폐기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돼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북한 인프라 개발은 안보리가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야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특히 공공 인프라 개발 사업에는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중장비가 투입되고, 유류 반출 문제 등 복잡한 조건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완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북 제재의 빈틈을 노려 정부가 무리하게 남북합작 공공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면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 움직임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청와대에 설치된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원회에서 어떤 인프라 개발을 추진할지 범정부적으로 검토돼야 하겠지만 대북 제재 완화가 먼저 이뤄진 뒤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인프라 개발도 다음달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파격적인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향후 대북사업도 북한의 비핵화가 충실히 이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