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미국보다 신흥국 국내총생산(GDP)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흥국 중에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나라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Fed는 지난달 발표한 ‘미국 금리 인상의 대외적 영향’ 보고서에서 1965년부터 2016년까지 약 50년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시기에 전 세계 50개국 GDP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오일쇼크 직후인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과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인 1993~1995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4~2006년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 분석 결과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국 GDP는 3년 후 0.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GDP는 2년 후 0.7% 쪼그라들었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GDP는 3년 후 0.5% 줄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신흥국 GDP는 미국 금리 인상 후 4년이 지나서도 0.7% 줄어드는 등 충격이 오래 지속됐다.

Fed는 미국 통화정책이 선진국과 신흥국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은 미국과의 무역 비중이 높고 자국 통화 가치가 미 달러화 가치에 연동돼 있을수록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이 컸다. 이에 비해 신흥국은 물가상승률, 외채,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이 주요 변수였다. Fed는 특히 물가상승률이 미 금리 인상 시 신흥국 금융 불안의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통화 가치가 급락한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물가상승률도 10%를 넘는다.

Fed는 보고서에서 “높은 물가상승률은 국가 재정의 구조적인 문제나 정치적 불안정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물가가 불안한 나라는 금리 인상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통화정책이 미국보다 외국, 특히 취약한 신흥국에 더 큰 충격을 준다”며 “신흥국 중에서도 금융 시스템을 질서 있게 유지한 나라는 대외 충격을 상대적으로 잘 견뎌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