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끈질긴 구애, 현대차가 받아줬다"
임직원 700여 명이 근무하는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 블라이스탈은 세계 30여 개국에 있는 70여 개 완성차 업체 및 부품사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BMW와 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는 블라이스탈과 거래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 블라이스탈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규모는 작지만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에크하르드 쾰러 블라이스탈 사장(사진)은 “블라이스탈은 세계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밸브 중 20%가량을 납품하고 있다”며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 거점 지역 6곳에 현지 공장을 세워 부품을 공급하는 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밸브는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고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블라이스탈이 제작한 밸브는 그 과정에서 다른 회사 제품보다 엔진의 열을 낮추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쾰러 사장은 1994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연 39만 대를 수출하는 변방의 작은 완성차 업체였다. 그는 “당시 현대차의 기술력과 품질을 확인하고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10년 뒤 쾰러 사장은 본격적으로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식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데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쾰러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린 끝에 얻은 성과”라며 “앞으로 4~5년간 약 2000만 개의 밸브를 납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