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집회 방해 혐의' 인정
인권위는 먼저 집회신고를 해 장소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다른 집회신청자의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방치한 관할 경찰서장에게 집회 자유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토록 권고했다고 10일 발표했다.
H사 대리점에서 판매직원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진정인은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여섯 차례 본사 앞 인도에서 복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진정인에 앞서 회사 측이 같은 장소에 집회 신고를 하는 바람에 집회를 열지 못했다.
이에 진정인은 “관할경찰서장은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은 데다 사측의 집회 방해행위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같은 장소에서 시위가 중복되면 관할경찰서장은 시간과 장소를 나누도록 조율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해당 경찰서는 “장소 분할을 권유했으나 조율되지 않으면 선순위 신청자에게 우선권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경찰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진정인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사측이 2000년부터 365일, 24시간 내내 집회신고를 했지만 실제 집회가 열린 날은 거의 없었다고 봤다. 사측 직원이나 용역직원 5~6명이 어깨띠를 두르고 흩어져 있다가 다른 집회가 열릴 낌새가 보이면 ‘선순위 집회가 있으니 물러나라’고 주장하며 회사 앞 집회를 방해했지만 경찰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선순위 집회를 방해받았다’며 사측이 진정인 등을 고소한 사건에서 “직원 및 용역을 동원해 24시간 진행하는 선순위 집회는 타인의 집회 장소 선택의 자유를 배제 또는 제한하면서까지 보장할 가치가 없다”고 지난 1월 판시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