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 정상회의서 '비핵화 보조' 한중, 北 경제지원까지 한목소리
일본은 北핵실험장 폐쇄만으로 대가 줘선 안 된다며 강경한 태도
'비핵화+체제보장' 한중 vs 'CVID' 일본의 '불편한 화음'
한중일 3국이 2년 반 만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판문점선언의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각기 입장에 따라 메시지의 강조점을 다르게 두는 등 차이를 보였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인 판문점선언 속 비핵화 원칙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구체적 실행 단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론 등을 놓고는 작지 않은 균열을 드러냈다.

특히, 그중 일본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판문점선언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에 필요한 중국과 일본의 협력을 끌어내는 동시에 동북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향후 비핵화 프로세스에 필요한 동력을 얻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우리가 힘과 뜻을 모으면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음을 확신한다"며 "3국은 세계사적 대전환을 이끄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러한 입장에 호응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비핵화 속도전'에 한중 양국이 보조를 맞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간 회담 후 현지 브리핑에서 "두 사람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에 일방적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하면 체제보장과 경제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체제보장 등으로 국제사회가 동참해야 한다는 원칙에 문 대통령과 리 총리가 합의한 것은 문 대통령의 구상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대한 전기가 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사이에 중국이 북한과 급속도로 밀착하면서 자신의 위상을 확인하며 역할을 키우는 데 따른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중 관계를 지렛대 삼아 북한의 성실한 비핵화 의지를 담보하는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참여를 끌어낼 기회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한중과 달리 지속해서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해 온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완전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 듯한 뉘앙스로 '완전한 비핵화' 이행론과 이를 위한 대북 경계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강경 기조의 배경에는 남북미가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자국에서 제기되는 '재팬 패싱'(일본 배제) 우려를 불식하고 이번 정상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지역 안전 보장이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동북아 안전 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는 결국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본능적 반응이기도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론 북한의 핵 무력을 가장 경계하는 주변국으로서 보이는 절박한 대응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문 대통령도 그 점을 헤아려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는 일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협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해 이에 관한 일본의 관여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비핵화 방법론에까지 공감대를 형성하며 '훈풍'을 예고한 한중 회담과 달리 한일 사이에는 상당 정도 다른 태도가 확인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