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온라인 게임이 엄연한 스포츠로?…아시안게임 넘보는 'e스포츠'
#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핀란드 청년들이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 있는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았다. 이들이 관람한 e스포츠 경기는 미국 블리자드의 1인칭 총기 게임 '오버워치'. "웃지 마라. 호날두 이야기할 때만큼 진지하다", "핀란드 아이스하키 경기장보다 더 멋진 것 같다"는 청년의 말은 진지했다. 지난해 11월 방영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관한 얘기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자를 뜻하는 일렉트로닉(electronic)과 스포츠의 합성어인 e스포츠는 컴퓨터 및 영상 장비를 활용해 승부를 겨루는 경기를 말한다. 1990년대 등장한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를 열었다. 최근에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이 대표인 e스포츠로 꼽힌다.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6년 기준 830억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진흥원은 "e스포츠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1637억 원), 부가가치(633억 원), 취업(1만173명) 정도로 나타났다"며 "광고효과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폰서 시장 규모는 축구, 야구에 이어 3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e스포츠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9770만원(2017년 기준)으로 1년 새 52% 늘었다. e스포츠 선수가 희망 직업 8위에 랭크된 이유 중 하나다. 최근에는 국내 게임업체 블루홀의 1인칭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를 끌면서 프로게임단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e스포츠는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의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종목 채택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확정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시가 발빠르게 나섰다.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은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열었다. 명예의 전당은 시범 운영을 거쳐 6월 정식 개관한다.

서울시는 한류 관광객 유치를 위해 'e스포츠 투어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매달 한 차례 외국인 관광객 15명을 초청해 e스포츠 상설경기장, 명예의 전당을 둘러본 뒤 배틀그라운드 경기를 관람하는 일정이다.

다만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내 e스포츠 선수들은 아시안 게임에 참가할 수가 없다는 것.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e스포츠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출전자격을 얻게 해달라'는 청원이 9건이 올라와 있다. 청원에는 2600여 명이 동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스포츠가 대표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일반인들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e스포츠게임이 '게임은 중독성이 강한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인식'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있다. e스포츠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