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한창훈)는 지난 4일 삼표시멘트 등 시멘트업체 다섯 곳이 환경부를 상대로 제기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이 경쟁사인 성신양회에 지나치게 많이 배정됐으니 이를 바로잡아달라는 시멘트업계 원고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온실가스를 무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권리는 업계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정 회사가 많이 가져가면 나머지 회사는 배출권 구입 부담이 커진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재판의 결과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이 잘못 배정됐다며 소송을 건 원고 기업이 이긴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2014년 12월 석유화학 84개, 철강 40개, 발전·에너지 38개 등 525개 업체에 2015~2017년 3년치 배출권 할당량을 통보했다. 할당받은 무상 배출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발생시킨 기업은 다른 회사에서 배출권을 사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현대제철 한국타이어 SK케미칼 등은 환경부의 할당량이 너무 적은 데다 통보 절차도 부당했다며 서울행정법원 등에 할당처분 취소소송을 냈다가 줄줄이 쓴맛을 봤다.

법조계에선 ‘줄패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정보 비대칭’을 꼽는다. 정부는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할당량을 정하지만 구체적인 계산식은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업종별 산정식 역시 소송 판결문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공개돼 왔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재량 영역이라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승소하기 위해선 정부 처분에 명백한 하자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지만 근거 자료를 구할 수 없어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할당 내용을 정해진 기간에 미리 통지하지 않았거나 공청회를 생략하는 등 확실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기업이 승소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설명이다. 삼표시멘트 등이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은 시설 증·신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근거로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