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나면 업무 경계 없이 출동…"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큰 힘"
새 삶 선물하는 구급대원들… 폭행에도 보람으로 참고 버틴다
"구급대원들 아니었으면 저는 살 수 없었다고 합니다.우리 가족이 다시 웃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3일 강원도 소방본부 누리집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다시 시작된 삶'이란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자신을 강릉시 공무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지난해 8월 심장에 이상이 생겨 생명이 끊어졌으나 구급대원들이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해준 덕에 살았다고 썼다.

구급대원들이 응급조치를 잘해준 덕에 16일 만에 깨어나 올해 1월 1일 자로 복직해 새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글쓴이는 "어떻게 감사의 표현을 할까 고민하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행복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라며 거듭 감사를 표하고 "작게나마 도우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이호현(39·소방장) 구급대원은 그날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처음에는 호흡곤란이라고 신고가 들어왔다.

의식·호흡이 있었는데 갑자기 호흡이 완전히 멎고, 심장은 맥박이 안 잡히는 심정지 상태여서 병원 가는 내내 심폐소생술을 해 맥박이 돌아왔다"
이 소방장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셨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10년 동안 일하며 힘든 일도 많았고 최근 논란이 된 구급대원 폭행을 겪기도 했지만, 구급대원을 지탱해주는 건 역시 사명감과 보람인 것 같다"고 웃었다.
새 삶 선물하는 구급대원들… 폭행에도 보람으로 참고 버틴다
최근 전북 익산에서 취객에게 폭행당한 구급대원이 뇌출혈로 숨지면서 구급대원 폭행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급대원 폭행은 대원들에게 육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지난 2월 24일 구급출동을 했다가 술에 취한 60대 여성에게서 폭언과 폭행을 당한 한 구급대원은 "도와드리러 간 건데 대원들을 때리거나 욕하면 '이게 지금 내가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동안 기분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구급대원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와 격려가 구급대원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대원들을 존중해주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급출동은 6만9천282건이다.

하루 평균 190회 출동했으며 7만1천967명을 병원으로 옮겼다.

구급대원들은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업무 경계도 없이 현장을 누빈다.

2016년 5월 태백 강풍 피해복구 현장에서 순직한 구급대원은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현장 복구작업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소방청은 익산 구급대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에 나섰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별도 조항을 추가하거나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