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유' 뺀 민주주의… 위헌 안 따져봤다는 평가원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첫 ‘국민제안 열린마당’이 지난 3일 충남대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렸다.

행사장에서 만난 세종시의 한 학부모는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이번 정부의 교육정책만큼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단 대입제도를 둘러싼 혼선에 불만이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대체키로 한 것도 못마땅하다고 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른지 솔직히 잘 모른다”면서도 “교과서가 헌법과 정면충돌한다면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교육부의 중등 역사교과서 집필 시안 공개 후 ‘헌법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헌법 전문과 제4조 등에서 우리나라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라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학계와 교육계는 물론이고 시민들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도 정작 시안 작성자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그런 게 문제 되느냐’며 태연한 자세다.

시안 작성을 주도한 평가원의 담당자는 “헌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과서가 헌법과 따로 노는 건 문제가 아니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는 “우리가 고려할 대상은 아닌 것 같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 역시 뒷짐을 지고 있다. 헌법 위배 논란에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시안은 ‘예시안’일 뿐 교육부 의견이 반영된 건 아니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최종 집필 기준은 향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역사과 교육과정심의회에서 결정한다. 교육부 측은 교육과정심의회가 어떤 인사들로 구성돼 있는지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oasis93@hankyung.com